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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주점 동남아

<월향 명동점> 숯불 낙지구이, 우설전, 황태강정

by *Blue Note*

<월향> 명동에서 한잔하기 좋은 곳

월향은 이미 몇차례 포스팅했던 문샤인의 자매 브랜드로 알고 있다. '와인 포차'라는 기발한 발상을 컨셉으로 문을 연 곳이 문샤인이다. 문샤인 역삼점은 훌륭한 음식과 썩 괜찮은 와인을 합리적 가격으로 (쉬운 말로 하면 아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자주 가는 편이다. 어쩌다보니 쉐프, 직원분들과도 안면을 튼, 나름 단골이 되었다. 월향은 문샤인과는 달리 막걸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에 맞는 한식 안주거리를 다양하게 구비해 놓았다. 명동에 있는 호텔 28 건물 6층에 월향 명동점이 있다. 광화문점은 예전에 한번 가봤었는데, 명동은 처음이다. 어릴적 친구들과 함께 이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문샤인이 달빛이라는 건 알겠는데 (사실 moonshine 은 밀주라는 뜻도 있다. 사장님이 아시는지는 모르겠으나..), 월향은 무어란 말인가 ? 그냥 내 생각에, 달 향기...?  만일 그러하다면 참 괜찮은 아름다운 이름이다. 술이 달과 잘 어울리는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달의 향기라니.. 듣기만 해도 시정이 넘친다.

명동 월향

요즘 쓰는 말로 가스트로 펍 같은 분위기다.

 

숯불 낙지구이

불맛을 입혀서 구워냈다.

마늘과 허브를 가니쉬로 올려 멋스럽다.

검은색 플레이트의 선택도 적절해 보인다.

 

우설로 만든 전

이런 식으로는 처음 먹어봤다.

눈으로 먼저 맛봤다, ㅋㅋ

 

보쌈

잡내는 없으나 너무 부드럽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이 미덕은 아니다.

 

황태강정

나름 이곳의 대표메뉴인듯...

처음에 확 땡기고

나중에는 조금 달다.

 

순대

부드럽고 구수하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고

아무튼 냉채다.

새우, 소고기 편육, 전복위에

잣소스로 드레싱했다고 한다.

많이 심심하다.

 

찍긴 했지만 맛은 못 봤다.

여러명이서 갔을 때의 부작용이다, ㅋㅋ

광화문 월향에서 먹었던 효종갱 같기도 하고...

이날 먹은 음식중에 맛을 떠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는 우설전이다.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우설은 잘 삶아서 수육으로 먹는 최고의 재료이다. 어복쟁반같은 탕요리에 들어가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야키니쿠 형태로 구워 먹어봤고 (사실 알고보면 야키니쿠도 한국에서 넘어가 일본식으로 발전한 식문화이다), 양식으로 요리한 우설 스튜도 맛있다. 이렇게 전으로 부쳐 먹는 것이 우리 전통  요리법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처음 경험해봤다. 국물 자작한 우설 수육이 아직은 더 좋지만, 전도 나쁘지 않았다. 돼지고기 수육은 사실 아무리 잘해도 우리 집에서 먹는만큼 잘 할 수는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삶은 돼지고기는 반드시 탄산이 폭발하는 잘 익은 김장김치와 먹는다'는 원칙을 고집하다보니 음식점에서는 아예 보쌈을 시키지 않는다. 이날은 여러 친구들이 함께 한 자리였기에 어쩔수 없었지만 역시 내 입에는 익지 않은 김치, 부드럽다 못해 부들거려서 입안이 느끼해지는 보쌈은 별로다. 한편 숯불 낙지구이는 여러면에서 인상적이었다. 맛도 있고 향도 훌륭했을 뿐 아니라 가니쉬, 플레이팅, 식기 어느 하나 튀지 않고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주었다. 서양애들이 즐겨먹는 타파스나 메인요리에 나오는 어떤 문어요리와 비교해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스파이시한 양념, 파워풀한 향과 함께 식감도 훨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식을 표방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마다하지 않은 월향의 창의적인 실험정신을 높히 사고 싶다. 전통이란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모색해서 그것을 트랜드로 만들고 계속 이어지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음식도 마찬가지. 물론 그 과정에 어설픈 퓨전은 도태되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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