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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베르나르 뷔페> 예술의 전당 특별전

by *Blue Note*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베르나르 뷔페전

 

매년 수많은 미술 전시회가 열리지만 모든 전시가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시 기획쪽의 일은 전혀 모르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마도 소위 말하는 '대박치는 전시'의 조건들이 몇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베르나르 뷔페전'은 꽤 성공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3개월이 넘는 전시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입소문과 메스컴의 호평으로 서양미술에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도 전시 마지막 날 결국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으니 말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서 이번 전시의 성공요인을 나름 생각해보았다. 베르나르 뷔페 자신이 가지는 상품성이 우선 상당하다. 준수한 외모에 프랑스 문화훈장 (레종 도뇌르)을 2번이나 받은 이력, 아내였던 아나벨과의 러브 스토리, 사후 20년이 지난 시점에 국내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사실, 피카소와의 비교, 앤디 워홀이 인정한 프랑스 회화의 마지막 거장이라는 수사등이 이 전시회에 대중적인 관심과 열풍을 불러온 요인들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전시장 외부벽에

그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전시장 내부에서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Les clowns musiciens

(광대 음악가), 1991년

역시 전시장 밖에 걸린

대형 포스터 복제품이다.

나만의 느낌일지 모르나

처연한 슬픔이 묻어난다.

 

작품들은 몇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시리즈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자화상, 광대 시리즈, 세계 각국의 도시 풍경들... 물론 모두 구상화이다. 추상화의 시대에 홀로 구상화에 천작했던 그의 고집과 고독이 느껴진다. 전시된 작품의 수가 충분하고 구성이 짜임새가 있어서 작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점에서 잘 된 전시라는 생각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전시 공간에 대한 문제다. 물론 전문가들이 많이 고민하고 애써서 기획한 전시겠지만, 그저 나의 느낌을 말하자면 전시장의 연출은 많이 미숙해보였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전시 장소중 하나인데 관람객의 동선, 조명, 작품의 배치등에서 정교함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무리하게 급히 꺽여지는 관람 동선으로 인해 안그래도 사람에 치이는 전시관에서 줄을 놓치지 않게 신경써야 했다. 작품들이 걸린 벽 위로는 천정의 배관등이 훤히 드러나보여 흡사 무슨 창고안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전시 기획팀에서 이러한 공허한 공간을 일부러 설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공간의 긴장도가 와해되면서 관람의 집중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부작용이 초래되었다. 외국의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에는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람이 많이 몰리는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흥행에는 어느정도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전시 기법도 예술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기본을 지키고 더 나아가 매너리즘을 벗어난 보다 창의적인 전시공간을 만나보기를 기대하는 것이 그리 무리스러운 부탁은 아닐 것이다. 이미 그러한 감동을 외국의 중소형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최근에는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기획한 '창녕사 오백나한전'에서 경험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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