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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일식

<강릉 일식집> 기사문 : 정체성이 모호한 한국식 오마카세 ?

by *Blue Note*

<강릉 오마카세> 기사문 : 오마카세 아닌 오마카세

 

동해바다 강릉에 활어회 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마카세 전문점이 있다는 사실이 우선 반가웠다. 예약은 필수이고, 단품 메뉴는 없이 오직 오마카세, 그것도 가격대는 한가지로 이미 정해져 있다는 영업방침에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 집에 대한 후기 역시 칭찬 일색... 본질적으로 음식점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고 늘 생각하지만, 여러 사람의 평을 무작정 무시하기도 어려운 법,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좀 찾아보니, 와인이 콜키지 프리라는 반가운 소식...!  일찌감치 예약을 하고 당일에는 시간에 늦지 않게 신경써서 방문하였다. 오마카세 전문점이라는 말에 일반적인 스시야를 기대했지만, 외관은 기대와 많이 달랐다. 단지 소박하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창문을 통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고 입구에는 자랑스럽게 각종 활어와 해산물이 들어있는 수족관이 버티고 있었다. 오마카세 전문 스시야에 활어 수족관이라니.... 자리를 잡고 나서 다시 한번 당황스런 상황이 벌여졌다. 와인 콜키지는 프리였다가 이제는 받기로 했다고 한다. '그건 아주 옛날 얘기지요'라는 사장님 말씀을 들으니 왠지 무안해졌다. 게다가 제시하는 콜키지 값은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웬만한 파인 다이닝보다 훨씬 (정말로, ㅋ) 비싼 병당 5만원이다. 결국 가져갔던 와인을 따는 것은 포기하고 맥주를 주문했다. 다행히도 와인과 비슷한 사우어 에일인 몽크스 카페가 있었다. 그렇게 기사문에서의 이상한 오마카세는 시작되었다.

세팅...

좀 투박하다.

오마카세집이라기 보다는

놋쇠 수저와 젓가락이 놓인

한정식집 분위기다.

 

밑반찬

오마카세식 오토시와는 거리가 꽤 있다.

 

꽃새우와 갑오징어

신선하고 맛있다.

바탕이 푸른, 혹은 진녹색의 접시였다면

더 맛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몽크스 카페

 

광어회

잘 숙성되었다.

이 집에서 권하는 소스는 소금이다.

 

조개탕과 단촛물 밥

앞서 나온 광어회를

찌라시 초밥처럼 만들어 먹으라는 얘기같다....

어쨌든 참 사진빨 안나오는 실내 조명과

식탁에 깐 하얀 종이, ㅋㅋ

 

돌돔과 줄가자미

둘 다 고급 어종이다.

 

우럭 강정

그냥 저냥...

 

백고동

맛있다.

다만 토핑 (아마도 방풀나물)과

플레이팅은 거칠고 어수선하다.

 

꽃새우 튀김

 

가자미 구이와 미역국

 

 디저트는 피칸 파이

아주 맛있다.

직접 만든 건 아니고 사오는 것인데

이 집에서 따로 판매도 한다.

그런데 이것도 서울보다 많이 비싸다.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오마카세 전문점과 비교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래서 인테리어, 테이블, 식기, 플레이팅, 서빙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준비도 되어 있었고... 다만 동해안의 싱싱한 해산물과 잘 숙성된 이 집만의 별미를 기대했던 건 사실이다. 서울과 비교해서 절대 꿇리지 않는 가격대, 그리고 얼마전 콜키지 프리에서 전격적으로 방침을 바꾸었다는, 서울의 평균보다 훨씬 높은 와인 콜키지 가격을 고려하면 어느 수준 이상은 나와 주어야 했다. 자꾸 중언부언하게 되어 이쯤에서 정리해야겠다. 기사문의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다. 오마카세라고 이름 붙히기엔 외관과 실내, 영업방식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일반 횟집처럼 입구에는 활어회를 넣어둔 수족관이 버티고 있고, 밖에서 매장 내부가 다 들여다 보이며, 카운터 데이블은 아예 없다 (쉐프가 만든 음식을 바로 손님에게 내주기 어려운 구조). 플레이팅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듯 하다. 오마카세는 맛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투박한 세팅,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식기와 엉성한 플레이팅은 음식을 먹기전 기대치를 낮추고 실제로 맛을 느끼는 우리의 감각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굳이 오마카세라는 말을 고집하고 싶다면 일본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쉐프를 영입했으면 한다. 오마카세라는 접대 방식에 대한 이해와 그 흐름도 한번 숙고했으면 좋을 것이다. 음식이 나오는 순서, 메뉴의 구성 (우럭 강정과 뒤이어 나오는 가자미 구이는 중복되는 느낌이어서 한가지는 빼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좋을 듯 하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오마카세라는 말을 계속 사용하겠다면 말이다. 고급 어종인 돌돔과 줄가자미 회는 역시 감칠맛이 훌륭했으나, 손질할 때 질긴 힘줄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채 나와서 입안에 넣고 한참을 씨름해야 했다. 단단하게 남아있는 힘줄에 드문드문 붙어있는 살점은 이미 맛과 향이 다 빠져나가 버리고, 와사비의 희미한 흔적만 껄끄러운 기억처럼 남아있었다. 오마카세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에는 치명적 결함이다. 외람되지만 고언을 하자면, 이 집은 오마카세라는 영업방식을 버리고 (더 정확하게는 완전 예약제와 단일 세트 메뉴를 고집하지 말았으면 한다), 단품 위주로 맛있는 숙성회, 조림등을 선택 가능한 메뉴로 내놓았으면 좋겠다. 와인은 과감히 없애고 소주 맥주 위주로 가면 좋겠다. 이 집 메뉴를 고려할 때 적당한 마리아쥬를 맞출 수 있는 와인은 쉽지 않을 듯 하다. 더구나 와인 셀러 하나 없이 그냥 냉장 쇼케이스에 와인을 넣어 두면서 콜키지를 서울 강남보다 훨씬 비싸게 받는다면 아무래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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