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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일본

<교토 가볼만한 곳> 청수사 (기요미즈데라) : 마구간의 추억

by *Blue Note*

<교토 여행 > 청수사 : 본전과 마굿간

 

청수사 (기요미즈테라)는 서기 778년에 세워졌다고 하니 헤이안 시대 초기에 해당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찰이고 본당과 무대는 일본의 국보다. 교토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의 하나로 일 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교토를 방문하는 사람 중에 이 청수사를 들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 청수사가 많이 부담스러웠다. 교토 최대의 관광 포인트라 당연히 가봐야 하는데 그게 무슨 의무감이나 과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 대한 나의 유별난 기피증도 한 이유가 됐다. 교토의 다른 절집, 가령 인화사나 고대사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기대하며 찾아갔다기보다는 미션 수행하듯 다녀왔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청수사의 대표 이미지는 여러 개가 있지만 산 중턱 절벽에 지은 본당 건물과 이를 떠받치는 수백 개의 나무 기둥들, 그리고 소위 '청수의 무대'라고 하는 본당 마루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나는 절집 입구 앞에 있는 조촐한 마굿간에 더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청수사 가는 길 / 사람들로 북적이는 언덕길이다. 양쪽으로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 중에는 100년이 넘는 오래된 가게들도 많다고 한다.

언덕길이 끝나는 곳에 청수사 (기요미즈데라)의 관문인 인왕문이 눈에 들어온다. 날은 덥고 벌써 좀 지치기 시작했다.

인왕문 (좌측)과 서문 (우측 앞), 삼중탑 (우측 뒤). 아주 강렬한 이미지다.

인왕문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좌측에 있는 건물이 마굿간 (우마토도에)이다. 중병에 걸린 어머니를 문병하지 못하고 청수사 벚꽃놀이에 불려온 유야가 어머니를 걱정하는 노래를 불러 권력자 무네모리를 감동시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오백 년이 넘는 건물로 정면 10.5m, 측면 5m 크기에 말 다섯필을 매어둘 수 있다. 유야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의 전통극 노(能)에도 등장하는 마구간이다.

인왕문을 지나 계단을 다시 오른다. 오른편으로 서문과 그 뒤로 삼중탑이 보인다. 

종루 / 모모야마 시대에 만들었다.

청수사 삼중탑 / 높이 31m로 일본 최대라고 한다.

본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 보문각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본당에서 보이는 오토와 산의 풍경. 멀리 보이는 탑이 자안탑이다.

청수사 본당 가장 깊은 곳인 내내진 (內內陣)에 모셔진 불상. 내 짧은 지식으로는 이 불상의 모습은 십일면 천수관음보살상이다. 청수사의 천수관음은 33년에 한 번 공개하는 비불인데... 그럼 내가 정말 이 비불을 보고 있단 말인가...? 사실이라면 엄청난 행운인데 자신이 없다.

청수사 본당은 수리중...

청수사 삼층탑과 전각들. 발아래로 교토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오토와 폭포 가는 길 / 본당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오타와 폭포 / 세 개의 물줄기는 각각 건강, 사랑, 지혜를 상징한다고... 셋 중 두 개만 선택해야지 욕심내서 모두 받아 마시면 오히려 재앙이 된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전한다.

다시 청수사 입구에 섰다. 이제는 내리막길이 된 골목을 따라 청수사를 떠날 때다.

 

교토 제일의 관광 명소답게 과연 청수사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찰로 오르는 좁은 언덕길 양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음식점, 기념품 가게, 도자기 등 공예품점들은 여느 일본 사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런 활기참, 혹은 어수선함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산사 진입로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으니까... 일본의 절집을 많이 다녀봤다고 할 수는 없으나, 청수사처럼 북적이는 느낌의 일본 사찰은 천룡사, 신사로는 후시미 이나리 정도다. 청수사는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교토 중심지에서 멀지 않고,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시내를 내려다 보는 풍광도 멋지다. 청수의 무대라고 불리는 본당 자체가 가지는 건축적 매력 또한 상당하다. 특히 노을 지는 청수사와 불 밝힌 주변 상가 골목의 풍경은 깊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모든 것들보다 이 날 청수사 입구에 어쩌면 뻘쭘하게 서 있던 마굿간이 자꾸만 생각난다. 일본의 국보라는 사실, 거기에 헤이안 시대 권력자의 애첩이었던 유야와 얽힌 일화도 흥미롭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도 이 건물은 볼수록 마음을 끄는 무엇이 있다. 가로로 된 일자 건물은 화려하게 치솟은 인왕문에 비해 오히려 당당하다. 단촐한 맞배지붕은 뾰족한 청수사 삼중탑의 위세에 기가 죽기는커녕 단단한 내공의 기를 내뿜는 듯하다. 붉은 색으로 화려하게 채색하고, 정교하게 치장한 청수사의 대부분의 전각들과는 대조적으로 단색의 검박한 모습이 우리나라의 건축과 많이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마음속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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