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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김치찌개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들

by *Blue Note*

 

<이런저런 생각들> 김치찌개

 

I
 

거의 일년넘게 점심때면 일주일에 적어도 세번이상을 김치찌개를 먹고 있습니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뭘 먹을까 신경쓰는 것도 싫어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놈의 김치찌개를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누굴까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치란 본디 배추를 갖은 양념에 버무려 만든 발효식품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발효식품들이 많이 있지만 김치는 그중에서도 매우 독특하고 독보적인 식품이면서 우리민족에게만 있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같은 발효식품인 치즈, 요구르트, 된장과는 다른 특별함이 김치에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김치는 그 자체로 이미 맛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식품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민족의 정체성를 상징하는 음식일진대. 이 김치를 숭덩숭덩 썰어 냄비에 넣고 물 붓고 두부, 돼지고기 넣어 팍팍 끓여서 먹고야 말겠다는 창의적이고도 혁명적인 생각을 도대체 누가 무슨 맘으로 했을까요? 요샛말로 정말 엽기적이지 않습니까..? (나만 엽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데 사실 저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은 김치찌개의 탄생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왜 수십년동안 김치찌개를 먹어왔으면서도 이런 생각을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하게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II

 

우리는 바람이 왜 부는지, 왜 매일 아침 해가 뜨는지, 굼뱅이가 어떻게 매미가 되는지를 과학교육을 통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짠 이유와 파도가 생기는 이유도 알고 있구요병이 생기고 늙게 되는 원인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상당부분 규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김치찌개를 만든 사람(혹은 사람들)에 대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왜 행복하지 않은지,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 혹은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수천억분의 일밀리의 크기를 가진 양성자들이 수천억 광년의 우주 공간을 어떻게, 무슨 이유로 채우고 있는지는 모르기도 모르거니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생명은 난자와 정자의 결합으로 시작되고 부모의 성질은 DNA라는 유전물질에 의해 후대로 계승되지만 도대체 생명 자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던 무한에 가까운 원자들이 우리의 죽음과 함께 몸에서 떨어져나와 떠돌다가 혹은 다른 생명으로 혹은 바위나 물로 바뀌게 되는 끝없는 순환은 불가에서 이야기 하는 윤회와 일맥 상통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굳이 폴 고갱의 그림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작품 제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러한 질문 앞에 서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작은 유리상자 안에 갇힌 파리가 유리를 통해 바깥세계를 바라볼 수는 있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상자 밖의 세상으로 갈 수 없는 것처럼...

 

III

 

, 해골 아프네자기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부끄러움도 모른채 떠벌이는 자의 어리석음이여과학자들에 의하면 인류가 멸종된 후에도 바퀴벌레는 종족을 보존하고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류가 멸종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무엇보다 너무나 복잡한 사고체계와 인지능력, 그리고 자신도 어쩔수 없는 온갖 감정에 관한 치명적인 조절 장애때문이라고 하네요. 김치찌개, 유리상자에 갇혀버린 파리, 그리고 위대한 바퀴벌레를 위하여 오늘은 한잔하고 싶습니다. 횡설수설 제 글때문에 안그래도 힘든 사회생활에 스트레스 받으셨다면 사죄하는 의미에서 제가 사겠습니다, ㅎㅎ... 다만 우리가 확실히 알고있는 것은 우리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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