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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한식

<종로 맛집> 억조 : 복요리 전문점 / 참복 사시미 코스

by *Blue Note*

<종로 오래된 맛집> 억조 : 복요리 전문점

강남의 팬시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매우 좋아한다. 다만 그렇게 좋아하는 그만큼, 오래된 노포의 허름하면서도 무심한 분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 언뜻언뜻 반짝이는 내공을 발견하는 기쁨도 아주 큰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오랜만에 강북의 종로 거리를 나들이했다. 사실 술 약속이 있었다. 그것도 대낮에 아주 작정하고 낮술을 마시기로 정한 곳은 종로 5가에 있는 복어요리 전문점, <억조>라는 곳이었다. 사실 처음 가보는 곳인데, 그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보기에 괜찮은 구성에 가격도 많이 착한 듯하여 찜해뒀었다. 이런 집은 아무래도 오랜 친구와 작당하듯 모여 마시기 좋은 곳이다, ㅋㅋ. 그리하여 그날 나는 아직 조금 이른 점심시간에 벌써 지하철 종로5가역에 내려 4번 출구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조금 걷다가 백제약국이 있는 작고 정다운 골목길을 들어서서 또 조금 가야 했다. 즐거운 기대감속에 왼쪽으로 빼꼼히 이어지는 막다른 골목 정면, 오래된 약속처럼 <억조>가 있었다. 

억조 / 종로 5가 큰 길에서 사람들 다니는 골목길로 접어들어 한참 들어온다. 그 후에 다시 또 더 작은 골목으로 꺾어져야 비로소 <억조>라고 쓴 간판을 만날 수 있다.

 

밑반찬들 / 작은 종기에 담긴 젓갈은 꼴뚜기젓이다. 아주 맛있다. 흰쌀밥에 얹어 먹어도 좋고, 안주감으로도 손색이 없다. 복어 먹으러 와서 꼴뚜기젓에 빠졌다, ㅋㅋ

 

이 앙징맞은 한입거리의 이름은 <참복 부츠사시>다. 이름이 의미하는 바는 잘 모르겠다. 양식으로 치면 어뮤즈 부시, 혹은 타파스 정도 되겠다. 달달한 배춧잎 위에 복 사시미와 파, 그리고 아마도 유자소스를 얹은 듯하다. 아주 맛있다. 

 

복사시미 / 접시의 색깔과 문양이 요란스럽기는 하지만, 복어회의 얇은 정도를 강조하기에는 썩 유용하다, ㅋㅋ

 

복불고기 / 붉은 양념위에 녹색의 미나리가 돋보인다. 부드러운 복어살과 아삭한 미나리는 좋은 궁합이다. 

 

복튀김 

 

복어 가라아게 / 회를 뜨고 나서 남은 것을 밑간을 한 후에 뼈째 튀겨냈다. /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무리는 복지리 / 매운탕을 지리보다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지리에서 건져 낸 미나리, 그리고 이리. 다만 이리의 식감이 크리미한 느낌이 없이 다소 뜩뜩해서 아쉬웠다. 

 

이 날 <억조>에서 시켜 먹은 것은 참복 사시미 코스라는 것이었다. 가격은 생각보다 훨씬 착하다. 삼십 년 넘은 오래된 맛집의 뽀스는 밑반찬으로 나온 꼴뚜기젓 (직접 담갔다고 한다)에서부터 참복 부츠사시, 그리고 복불고기까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술은 청하로 하려고 했었는데, 따끈한 히레사케 한 잔을 먹고 반해버려서 그냥 계속 그걸로 달렸다. 결국 술값이 많이 나왔지만, 향기로운 술과 곁들인 복요리는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한두 가지 미진하고 아쉬운 점도 있었으나, 즐거운 식사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 그저 사소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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