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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제주도 가볼만한 곳> 추사관 : 김정희 기념관

by *Blue Note*

제주 여행 : 추사 김정희 기념관

 

추사 김정희의 기념관이라고 할 수 있는 추사관은 그의 대표작인 <세한도>에 나오는 건물을 모티브로 해서 건축했다고 한다. 단층의 기다란 건물이다. 추사의 글씨가 전시되어 있는데, 대부분 탁본이어서 좀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추사의 작품은 워낙 위작들이 많다고 하니, 진품이라고 나온 가짜보다는 차라리 탁본을 뜬 것이 오히려 더 믿음이 갈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것도 꼭 그런 건 아닌 것이, 추사 연구가인 강우방 일향 한국미술사 연구원장의 말을 빌면, 현재 추사의 작품으로 인정받는 글씨와 그림은 극소수라고 한다. 진품을 탁본한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간송미술관의 '명선(茗禪)'을 포함해 소장한 추사 글씨의 70%가 위작이고 리움 미술관의 '산숭해심(山崇海深)' 역시 위작이라는 충격적인 지적이다. 참고로, 문화재청에 보물 지정 신청을 한 간송미술관 소장의 추사 글씨 8점 중에서, ‘침계(梣溪)’ ‘대팽고회(大烹高會)’ ‘차호호공(且呼好共)’ 3점만 지정되고 5점은 탈락했다. 특히 ‘명선(茗禪)’과 ‘계산무진(谿山無盡)’은 진위 논란이 불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홍준 교수가 펴낸 책 '추사 김정희'도 학계의 뭇매를 맞았다. 저간의 사정을 대략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서귀포 추사관을 방문하는 내 마음은 그래서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추사관의 모습 

 

전시실 입구 / 괴(怪)의 아름다움 어쩌고 하는 부제가 붙어있다. 괴(怪)한 추사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정작 괴한 것이 무엇인지는 추사 스스로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괴하지 않으면 글씨가 안된다'고 되뇌었을 뿐.

 

 

소창다명 / 종이에 탁본 / '작은 창가에 빛이 밝으니 나로 하여금 오래 머물게 하네'라는 뜻이라고 한다. 서체는 예서이지만 운필은 행서를 따랐다. 유홍준 교수가 기증했다고 한다. 구성미가 뛰어나다는 설명인데,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풍사실 / 19C 종이에 탁본 / 예서체지만 전서가 가미되었다. 풍사는 대인을 뜻한다고 한다. 기교를 부리면서도 고졸하다는 평... 

 

전시실의 모습

 

여균사청 / 19C 종이에 탁본 / '푸른 대나무와 같은 청렴함'이란 뜻의 예서체 현판을 탁본한 것이다. 김여균에게 써준 것이라고 한다.

 

탑광실 / 종이에 탁본 / 통도사 주지실에 걸려있는 현판을 탁본한 것이다 김정희 행서의 멋과 힘이 느껴진다는 평가다. 과천 시절의 작품이다. 

 

'板殿(판전)'이라고 쓴 현판과 관련 영상을 관람객이 보고 있다. 내가 알기로 원본은 서울 봉은사에 있다. 

 

천개사경편 / 당나라 시인 맹호연의 싯구가 적혀있다고 한다.

 

금석문학 대련 / 19C 종이에 탁본 / "금석학에 종횡무진함이 이와 같으니 문학과 전각 그림은 내 자신이 할 수 있다'라는 뜻이라고...  추사가 금석학의 대가인 것은 알고 있지만 위와 같은 뜻풀이는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행서체의 글씨에 금석기가 배어있다'는 해설도 참 황당하다. 무슨 의도로 한 이야기인지는 알겠지만 별로 와닿지는 않는다.

 

탁본된 글씨들을 보면서 저것이 진품을 탁본한 것일까 아님 애먼 위작을 하릴없이 탁본했을까 하는 고민은 접어두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그것을 가리고 시비할 안목이 있는 것은 아니니 그저 글씨가 주는 감동이 있다면 감사히 받자고 마음먹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붓의 품질 때문에 잘 쓰고 못 쓰는 한계는 진작에 뛰어넘어버린 경지라는 뜻이겠다. 좋은 서예가는 서체에도 구애받지 않는 것 같다. 김정희는 추사체라는 자신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서체를 완성했지만, 해서, 행서, 예서, 전서까지 모두 뛰어나다. 특히 그의 예서체는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어여쁜 예서체는 김정희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향기다. 난초를 그리고 예서체로 화제를 쓴 추사의 의도가 조금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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