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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28

개그 배틀 '하땅사', 살벌한 약육강식의 코메디 저는 개그 프로를 좋아합니다. 각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의 이름과 방송 시간을 모조리 꿰고 있는 광팬은 아니지만, 가령 TV를 켰을때 드라마, 가요방송, 토론프로그램, 그리고 개그 프로가 각각 방영중이라면 당연히 개그 프로를 봅니다. 하땅사는 아시다시피 박준형과 정찬우를 각 팀의 주장으로 해서 여러 개그 코너들을 1대1로 경쟁시키는 구성입니다. 제가 하땅사에 대해 좀 딴지를 거는 것은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억지스러워서가 아니라, 1대1 대결이 끝날때마다 승패를 가려서 진 팀에 벌칙을 가하는 배틀 형식의 진행 방식 때문입니다. 이 벌칙이라는 것도 "출연료 반납", 온갖 맵고 짠 젓갈이나 양념을 섞어 믹서로 갈아내 강제로 먹이는 소위 "건강음료 마시기"등 조잡한 것들로 시청자의 가학성을 자극하는 것들입니다. ..
그 섬에 가고싶다. I 그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일년에 며칠 정도, 특히 가을날 괜히 심란해지는 증상은 언제부턴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대신 가끔 무기력해진다.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면서 일상에 대한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일년에 한번씩 건강 진단을 받을 때 그는 조금 긴장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정말로 바라지만 아직 금연에 성공하지 못했다. 아빠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아직은 어리기만 한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고 마음의 벽을 쌓을까봐 그는 불안하다. 대체로 행복한 편에 속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몇 해전 그는 마흔을 넘겼고, 이제는 날아가는 세월에 속절없이 떠밀리고 있다. II 몇달 전 저희 가족이 오랜 친구부부와 ..
아이들에 대한 단상 I 자동차 면허증의 면허 유효기간이 다되어 갱신해야 했읍니다. 워낙 게으른 저는 여느 때처럼 이일을 아내에게 떠맡겼지요. 이 면허증 갱신문제로 생긴 작은 에피소드 하나… 아내는 둘째놈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픽업한 후 면허증을 갱신하위 위해 경찰서로 향했던 거시어씀니다… 다음은 아내로부터 들은 그날 사건의 전말… 둘째놈이 묻기를 “엄마, 어디 가는거야..?” 엄마 : “응, 경찰서에….” 둘째놈 : (다소 긴장하며) “왜?” 엄마 : “응, 아빠 면허증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러 가…” 이 대목에서 둘째 아이는 “경찰서 신고”라는 말에 상당한 심적 쇼크 상태에 빠지게 돼었답니다. 아무 죄도 없는 아빠를…., 그것도 엄마가 경찰에 신고하다니…. 아빠를 지키기 위해 아이는 온몸을 던져 엄마의 경찰서..
아버지는 나의 우상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릴적 아버지는 내게 우상이었다.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모든 지식의 저장 창고였고,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그 무엇이었다. “아빠, 호랑이보다 아빠가 더 쎄지…?”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자랑스러움은 그러나 조금씩 U턴하기 시작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이러한 현상은 “아빠”에서 “아버지”로 호칭이 바뀌는 시기에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빠”는 모든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가지고 계셨던 반면, “아버지”는 놀랍게도 지구의 자전축이 몇도로 기울어졌는지 알지 못하셨고, 이차함수에서 x절편과 y절편 구하는 법을 이해하지 못하셨다. 아버지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그것이 큰 문제는 아직 아니었다. 아버지는 낚시대에 추를 매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