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갑사 맛집> 수정식당
지방에 있는 유적지를 답사하거나 박물관을 방문면서 그 지역의 맛집을 함께 찾아보는 재미도 크다. 음식 먹는 것만을 목적으로 여행을 갈만큼 미식가는 아니지만, 평소 접해보기 어려운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볼 기회를 일부러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왠만하면 조금 거리가 있더라도 답사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숨은 맛집들을 찾아 나서는 제 2의 답사, 음식답사를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공주 갑사를 갔을 때는 마땅한 곳을 찾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공주에는 갑사말고도 마곡사, 송산리 고분군, 공산성등이 있지만 이미 이곳은 여러번 다녀온 곳들이고 따라서 맛집들도 이미 꿰고 있을만큼 자주 다닌 곳들뿐이었다. 안가본 곳 중에서 선택하기로 하고 검색해보니 가장 많이 포스팅 된 곳이 갑사 바로 입구에 있는 수정식당이었다. 특히 이 집이 유명해진 이유는 한식대첩이라는 음식만들기 경쟁 프로그램에서 이 집 사장님이 우승했다는 점 때문인듯 했다. 사실 음식가지고 누가 누가 잘했나 경쟁하고 순위 매긴다는 발상이 나로서는 영 마뜩치 않기는 하다. 그래도 어쩌랴. 정보가 제한되어 있으니 하는 수 없이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먹방 프로의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어떻게 내공으로 발휘되는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고...ㅋㅋ
수정식당
입구와 간판이 좀 요란스럽기는 하다.
밑반찬
직접 담은 고추장, 된장
그리고 야채
도토리 묵
자체로도 구수하고
들기름으로 무쳐서 풍미가 더하다.
더덕구이
워낙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화려한 비주얼에 비해
식감과 풍미는 조금 아쉽다.
고추장아찌와 호박나물
특히 호박나물이 좋았다.
부침개
무난한 맛
소고기 버섯전골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다.
내공이 엿보이는
잘 끓여낸 전골이다.
닭볶음탕
방송의 힘은 참으로 크다. 먹방 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높히고, 거기에 상이라도 타게 되면 따로 홍보하거나 마케팅 기획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몰려온다. 좀 멀어도 유명하다는 맛집은 늘 사람들이 붐비는 것이 상식인데, 이 상식은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상식의 수준을 넘어 진리가 된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수정식당이 <갑사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완전히 평정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손님 입장에서는 크게 낭패 볼 가능성을 줄이면서 선택의 고민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평가처럼 소고기 버섯전골은 맛있었다. 깊으면서도 개운하고 깔끔하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공주 특산인 알밤 막걸리를 반주로 해서 잘 먹었다. 닭볶음탕도 좋았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많이 먹지는 못했다. 버섯 전골과 닭볶음탕이 개별 메뉴로는 좋으나 두 가지가 수정별미 정식이라는 일종의 세트메뉴의 구성메뉴로 함께 나오니까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포인트 없이 이것저것 구색만 갖춘 느낌도 드는 것 같다. 그래도 한 상 거하게 받아 잘 먹었음에 틀림없다. 다만 수정식당의 문제는 아니지만, 방송을 통해 한 음식점만 스포트 라이트를 받다보니 주변의 음식점들이 많이 힘들어보였다. 메뉴는 다들 고만고만한데 다른 집들은 아예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공연히 내가 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까.. 부익부 빈익부의 현장은 냉정하고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직접 가서 먹어보고 맛을 비교해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그저 내 생각에 맛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날까 싶기도 하다. 다음번에 갑사를 다녀온다면 그때는 수정식당 말고 다른 집에도 꼭 가봐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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