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조선의 제기
유교의 나라, 예를 숭상했던 조선에서 제사는 너무나 중요한 의식이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제사에 사용되는 제기 또한 매우 철저하게 제작되고 보관었을 터, 하지만 정작 제기에 대해서는 나같은 문외한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기획 전시한 '흙으로 빚은 조선의 제기'전은 그러한 점에서 제기에 대한 관심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전시였다. 보, 궤, 작, 준, 이... 이름도 낯설은 제기들의 세계를 처음으로 살짝 들여다본 소중한 자리였다.
전시실 입구의 모습
들어가는 말
제기 제작은 제기도설에 규정되어 있고 처음 금속제기를 본떠서 도자제기를 만들었다는 것, 조선초 상감 분청사기에서 점차 백자 제기로 변화되었다는 내용이다.
분청사기 상감 수파문보 & 화문궤, 조선 15C
분청사기 상감 수파문보 수파문이란 물결모양이라는 뜻이다. 네모난 땅을 상징하는 보는 음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쌀과 찰기장을 담는다.
분청사기 상감 화문궤 (꽃무늬 궤) 궤는 하늘을 상징한다. 양의 성격을 지닌 궤에는 기장과 메기장을 담았다고...
분청사기 음각 연화문 조 조는 소, 양, 돼지고기를 담는 제기다. 대부분의 조는 목기지만, 이 유물처럼 도자기로 만든 것도 있다고.. 이 연화문 조는 테두리에 뇌문이, 중앙에 연꽃무늬가 음각되어 있다. 조선초인 15세기의 제기이다.
분청사기 귀얄문 작 작은 참새를 나타내는 한자어이다 (까치 작과는 다르다) 제사에서 술을 올리는 제기로 제사상 맨 앞에 진설된다. 귀얄기법의 분청사기 작으로 구름, 꽃, 사람이 음각되어 있다.
분청사기 분장문 작 '작'은 앞에는 부리가 있고 뒤에는 꼬리가 있어서 참새와 닮았다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분청사기 조화인물문 작 작의 다리는 세개로 천, 지, 인을 상징한다고 한다. 계롱산 학봉리에서 제작되었다.
분청사기 상감 황목운문 (황금눈 구름무늬) 준형 제기
분청사기 철화문 이(넝쿨무늬), 15-16C 이후에 등장하는 백자이와는 형태가 좀 다르다. (개인적 생각)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는 제관이 손을 씻을때 사용하는 그릇이라고 되어있는데, 이번에 전시된 백자 이에 대한 설명에는 그와는 다르게 물을 담는 그릇이라고 되어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다. (뒤에 나오는 백자 얼굴무늬 이, 게무늬 이 사진 참조 필요) 귀때발 혹은 귀대접 모양인 것으로 보아서는 이 제기는 물을 담아 두었다가 손씻을 때 물을 따라서 사용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분청사기 귀얄문 세 분청기법중 귀얄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기법이다. '세'라는 이름만으로는 용도를 잘 모르겠다 (전시장에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
15세기에서 16세기 초반까지의 분청사기 제기들은 점차 백자 제기로 제작되어 17세기에는 독창적인 백자제기로 발전한다.
백자 궤 (좌측 3개), 백자 보 (우측) 17세기의 것들로 장식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다. 궤에는 측면에 톱니무늬 띠장식이 있다.
백자 작 작은 더욱 다양하고 독창적인 모습으로 발전한다.
얼굴무늬 이와 게무늬 이 설명을 보니 이는 제사에서 현주, 명수를 담는 그릇이라고 되어 있다. 명수, 현주를 찾아보니 제사때 술대신 쓰는 맑은 물이라고... 이의 기본형태는 발(鉢)모양의 몸체에 톱니모양 띠장식을 붙히고 그 사이에 무늬를 표현하였다.
얼굴무늬 이(백자상감 인면문 이)
게무늬 이 (백자철화 해문 이)
백자 철화문 상준, 백자희준 희준과 상준은 제사에서 술이나 물을 담았던 제기이다. 상준은 코끼리의 형상, 희준은 소의 모습이다.
분청사기 귀얄 별문 상준 (자라무늬 상준), 조선초인 15-16C경 경북달성에서 제작되었다.
백자 희준15-16C, 경북 달성
백자 철화문 희준17세기 경북 봉화에서 제작되었다.
백자 철화초문 각배 우리말로는 풀무늬 뿔잔이다. 보물 제 1061호
백자 쌍이잔 손잡이에 해당하는 귀가 두개라서 쌍이잔15-16C
백자 쌍이잔과 백자 상감초화문 태일전명 탁잔 (태일전이 새겨진 쌍이잔과 받침), 15C
18세기 이후 제기의 변화에 대한 설명
백자 청화 제명 접시 (제가 씌여진 접시), 18-19C 원권안에 청화로 '제'라고 쓰여져 있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굽이 높다.
백자 청화명문 병 (제, 제현주병, 현이 씌여진 병) '현'은 제사에 사용하는 물인 현주를 뜻한다.
각종 제기들 왼쪽부터 사각형 제기받침대 (백자 제기대), 잔이 붙은 대좌모양 제기 (백자 잔부 대좌형 제기) 모사기가 붙은 받침모양 제기 (백자 모사기부 반형 제기) 모사기 모양 제기 깔대기 (백자 모사기형 제기루두) 모두 19세기의 제기들이다.
백자 투각 팔괘문향로, 19C 향로에 향을 피워 혼을 부른다.
백자 향합 이름처럼 향을 넣어두는 합이다.
제기의 원형은 금속제기인데, 구하기 어려웠던 금속을 대체하기 위해 도자로 제기를 제작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조선 초기에 제작되었던 분청사기로 만든 제기들은 금속제기의 모양을 충실히 모방, 재현하였으나, 조선 중기를 거치면서 등장한 백자 제기들은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 독창적인 모양과 기법으로 발전하였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잘 기획된 전시였다. 세종대왕때 제사에 도자기가 처음 사용되었다는 기록도 처음 확인하였다. 하긴, 궁중에서 사용하는 어기로 백자가 공식 지정된 때도 세종때인 것을 상기하면 수긍이 가는 사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또다른 특별전
https://ellead.tistory.com/1699
온라인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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