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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한식

<순천 한정식집> 대원식당 유감

by *Blue Note*

<순천 맛집> 한정식 대원식당

 

순천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한정식으로 정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한정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아마도 여러가지를 죽 늘어놓고 (혹은 상다리 부러지게 음식들을 쌓아놓고) 먹는 방식이 나한테는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든다.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팀웍이 부족한 팀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그래서 한가지 메뉴로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오래된 맛집에 더 마음이 가는가보다. 그래도 순천에서의 식사를 한정식으로 마무리 하고자 했던 이유는 남도의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골고루 맛보는 호사를 한번쯤 누려보고 싶은, 어쩌면 맛을 통한 문화적 체험을 바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순천 시청근처에 있는 대원식당은 자타가 공인하는 순천 제일의 한정식집이기에 선택에 고민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 한정식은 가격대가 꽤 쎈 편에 속했지만 재료, 조리방법, 양념 모두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음식만을 놓고 보았을 때 말이다.

대원식당

사진에 보이는 곳은 본관이고

따로 별관도 있다.

 

가오리찜

 

대갱이 조림

처음 먹어봤는데 아주 별미다.

 

새우, 게로 만든 반찬들도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육사시미

 

전복구이

 

양태구이

장대라고도 한다.

비린내 없이 담백한 맛

다소 꾸득한 식감도 인상적이다.

 

진석화젓

아주 푹 곰삭았다.

풍미 작렬...!

 

문어숙회

 

돼지 숯불구이

 

쭈꾸미 석쇠구이

 

간장게장

 

된장찌개

 

대원상

 

툇마루가 있는 정겨운 한옥 (비록 그곳이 유서 깊은 고풍스러운 한옥은 아닐지라도)에 앉아 한상 넘치게 나오는 밥상을 받아보려던 꿈은 처음부터 보기좋게 깨지고 말았다. 당연히 예약을 하고 가기는 했으나 우리가 배정받은 곳은 본관이 아닌 별관이었다. 사실 본관, 별관이 뭐 큰 차이가 있겠나 생각할 수 있으나, 대원식당의 별관은 말 그대로 함바집이다. 콩기름 먹인 온돌 장판 바닥은 고사하고 시멘트 바닥에 테이블 3-4개 있는 조립식 컨테이너에서 한정식을 먹는 것이다, ㅋㅋ. 그것도 전라남도 순천의 가장 유명한 남도 음식점에서 전통 한정식 코스를 먹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좀 코메디 같다. 음식 맛을 논하기에 앞서 이건 우리의 식문화에 대한 몰이해, 손님에 대한 배려의 부족, 그저 효율만을 중시하는 경박함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우리 옆테이블의 일행은 거의 한시간을 기다리다가, 자신들보다 늦게 온 손님들이 먼저 상을 받자 결국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손님을 그저 조금이라도 더 받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이렇게 말도 안되는 식으로 창고를 식당으로 꾸미게 되고, 직원수는 늘리지 않은 채 조리와 서빙을 돌리다보니 이런 사단이 나는 것이다. 화를 내고 나가버린 손님도, 욕을 먹은 직원들도 딱하기는 마찬가지... 그런 상황을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고스란히 봐야하는 우리도 황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이 아무리 맛있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원식당의 음식들이 과연 소문대로 하나같이 훌륭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음식은 맛만으로 먹는 것이 절대 아니다. 너무 당연한 말을 써놓고 보니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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