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성지역사박물관 : 콘솔레이션 홀 / 정하상 기념 경당
종교적인 건축 기념물들은 시대와 인종을 초월하여 우리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 해왔다. 종교적 염원에서 비롯된 모든 건축과 예술품들은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열쇠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위대한 신전, 사찰, 성당이 우리에게 주는 영감과 경건함, 위로와 감동은 그야말로 인간이 가지는 가장 보편적인 어떤 정서의 알맹이를 건드리는 일이어서 흔히 교리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신자든 아니든 경건함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 것이다. 이제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에서 하늘광장, 콘솔레이션 홀, 그리고 정하상 기념 경당을 둘러보며 내가 받은 벅찬 마음속 울림이 바로 그러하다.
왼편이 하늘광장으로 나가는 문
오른쪽으로는 콘솔레이션 홀이 이어진다.
콘솔레이션 홀위로,
위안의 방에는 레퀴엠이 흐른다.
조명이 비취는 바닥에는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콘솔레이션 홀에서 바라본
하늘광장으로 나가는 출입문
콘솔레이션홀을 지나
한층 위로 올라가는 길은
순례길을 걷는 느낌이다.
정하상 기념경당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에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조형물이 있는데
십자가 처형에 사용된 못 세개을 형상화하여
서소문 밖에서 처형당한 순교자들을 기렸다.
<세개의 못> 조준재, 2019년
정하상 기념경당
정하상 기념경당내 있는 나무조각상이다.
순교한 아들의 머리를 감싸 안은
어머니의 깊고 담담한 슬픔이 가슴을 친다.
<피에타> 장준호, 2015년
하늘광장, 하늘길의 아름다움과 충격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 글에서 어설프게나마 다루었다. 콘솔레이션 홀은 하늘광장과 함께 서소문 성지역사 박물관의 정체성을 구현한 건축물이다. 사방 벽으로 계속 이어지는 미디어 아트는 겸재 정선의 금강산전도, 중세 성당의 스테인글라스, 그리고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가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성인들의 유해가 안치된 홀의 중앙으로 조명이 떨어지고 레퀴엠의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 앉아 있으면 깊은 슬픔속에서도 위로를 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게 한동안 앉아 있다가 한층 위에 있는 정하상 기념 경당에 발을 들여 놓으면, 그 단촐하고 검박한 분위기에 압도된다. 장식이나 치장을 극도로 삼가하고 소박하게 들여 놓은 설교대와 좌석들이 너무나 우아하다. 전면 하얀 벽에는 심지어 자그마한 십자가 하나 없다. 겸손함과 낮은 자세가 이토록 위대하고 강하게 사람의 마음을 휘저을 수 있음을, 정하상 기념경당은 차고 넘치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 있다고 하겠다.
서소문 성지역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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