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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4

자식과 나 (2010년 동창회보) 제목을 지어놓고 보니 영 맘에 안든다. ‘왕과 나’도 아니고 ‘자식과 나’라니… 내용을 압축시켜 간결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특별히 자극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그런 지루한 일상을 끄적여 놓은 인상을 주기 십상인 제목이라 별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쨌든…. 오늘부터 큰 놈이 중간고사에 들어갔다. 특히 요며칠 집안 분위기가 살벌하다. 이 살벌함의 원천은 와이프 때문이다. 왜 여자들은 자식의 성적을 자신의 존재이유로 등치시키는 것일까? 어째서 남편의 사회적 성공과 수입을 자기 인생의 가치와 동일시 하는가 하는 말씀과 같은 맥락… 대견하게도 큰 놈은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천하 태평이다. 그런데 엄마 때문에는 스트레스를 꽤 받는다. 고기..
<영화> 몬스터 볼 (Monster's Ball) : 상처받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소통과 위로 몬스터 볼 (Monster's Ball) : 상처받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소통과 위로 사형집행을 앞둔 아빠를 교도소 면회실에서 만난 어린 아들이 아빠에게 자랑을 한다. “아빠 제 그림이 교지 표지에 실렸어요…” 아빠가 묻는다. “그래..? 어떤 그림을 그렸니?” “감옥 독방에 혼자 앉아 있는 아빠의 모습이요….” 옆에서 연신 담배를 피우던 아내 (할리 베리)가 말한다. “미술 시간의 그림 주제가 고독이었데요…” 잠깐 어두운 표정이었던 아빠는 곧 얼굴가득 터질듯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아빠는 네가 정말로 자랑스럽구나….” 몬스터 볼(유명한 드레곤 볼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이라는 꽤 잘된 영화의 한 장면이다. 물론 이 영화의 주제는 아빠와 아들간의 가족애는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
아이들에 대한 단상 I 자동차 면허증의 면허 유효기간이 다되어 갱신해야 했읍니다. 워낙 게으른 저는 여느 때처럼 이일을 아내에게 떠맡겼지요. 이 면허증 갱신문제로 생긴 작은 에피소드 하나… 아내는 둘째놈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픽업한 후 면허증을 갱신하위 위해 경찰서로 향했던 거시어씀니다… 다음은 아내로부터 들은 그날 사건의 전말… 둘째놈이 묻기를 “엄마, 어디 가는거야..?” 엄마 : “응, 경찰서에….” 둘째놈 : (다소 긴장하며) “왜?” 엄마 : “응, 아빠 면허증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러 가…” 이 대목에서 둘째 아이는 “경찰서 신고”라는 말에 상당한 심적 쇼크 상태에 빠지게 돼었답니다. 아무 죄도 없는 아빠를…., 그것도 엄마가 경찰에 신고하다니…. 아빠를 지키기 위해 아이는 온몸을 던져 엄마의 경찰서..
아버지는 나의 우상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릴적 아버지는 내게 우상이었다.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모든 지식의 저장 창고였고,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그 무엇이었다. “아빠, 호랑이보다 아빠가 더 쎄지…?”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자랑스러움은 그러나 조금씩 U턴하기 시작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이러한 현상은 “아빠”에서 “아버지”로 호칭이 바뀌는 시기에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빠”는 모든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가지고 계셨던 반면, “아버지”는 놀랍게도 지구의 자전축이 몇도로 기울어졌는지 알지 못하셨고, 이차함수에서 x절편과 y절편 구하는 법을 이해하지 못하셨다. 아버지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그것이 큰 문제는 아직 아니었다. 아버지는 낚시대에 추를 매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