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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개그 배틀 '하땅사', 살벌한 약육강식의 코메디

by *Blue Note*

 

저는 개그 프로를 좋아합니다. 각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의 이름과 방송 시간을 모조리 꿰고 있는 광팬은 아니지만, 가령 TV를 켰을때 드라마, 가요방송, 토론프로그램, 그리고 개그 프로가 각각 방영중이라면 당연히 개그 프로를 봅니다.


하땅사는 아시다시피 박준형과 정찬우를 각 팀의 주장으로 해서 여러 개그 코너들을 1대1로 경쟁시키는 구성입니다. 제가 하땅사에 대해 좀 딴지를 거는 것은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억지스러워서가 아니라, 1대1 대결이 끝날때마다 승패를 가려서 진 팀에 벌칙을 가하는  배틀 형식의 진행 방식 때문입니다. 이 벌칙이라는 것도 "출연료 반납", 온갖 맵고 짠 젓갈이나 양념을 섞어 믹서로 갈아내 강제로 먹이는 소위 "건강음료 마시기"등 조잡한 것들로 시청자의 가학성을 자극하는 것들입니다. 심한 경우, 퇴출이라고 해서 아예 그 코너를 폐지하기도 하구요. 우리나라 예능프로에서 출연 연예인을 망신주고 망가지는 모습을 즐기는 콘셉이 도입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승패를 갈라야하는 스포츠 경기도 아닌 개그프로에서까지 이렇게 해야만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와 생각을 달리 하는 분들도 당연히 계시겠지만...


하땅사는 재미있습니다 (특히 "괜한 자존심"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입니다). 물론 코너별로 내용이나 완성도 면에서 다소간 우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진행방식은 좀 아닌것 같습니다. 방송국의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해서 시청률을 끌어 올리고 싶겠지만, 안그래도 아이디어 짜내느라 엄청난 스트레스 받는 개그맨들에게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배틀형식으로 경쟁시키고 점수 매기지 않아도 개그맨들은 알아서 자신의 재능과 끼를 다 쏟아부은 웃음을 선사하리라 믿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개그맨 박준형의 말대로 "개그는 개그일 뿐"입니다. 저는 그냥 재능있는 개그맨들이 머리를 쥐어짜고 고심해서 만든 개그를 맘껏 즐기면서 보고 웃고 싶습니다. 위너와 루저를 굳이 가려내고야마는, 그래서 루저에게 응분의 처벌을 내리는 살벌한 경쟁과 승자독식 (MVP는 상금 100만원), 약육강식의 현실을 적어도 개그프로에서는 보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벌칙, 퇴출보다는 "참 잘했어요", "즐겁게 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담주에도 기대할께요" 라고 격려해 주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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