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삼합> 도시어부
무슨 인연인지 올해에만 여수를 두번 방문했다. 그것도 업무나 출장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친구들과 놀기 위한 여행이었다, ㅋㅋ. 사실 이번 일정은 좀 무리스럽기는 했다. 주말 저녁에 서울을 출발해서 하루 자고 다음날 오후에 올라오는 일정... 적어도 이박 삼일, 그것도 꽉 채워서 삼일정도는 잡아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여수인데 말이다. 그래도 수서에서 SRT 를 잡아타고 내려가니 생각보다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열차안에서 간단히 요기는 했지만 여수에서의 저녁식사는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이라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시내로 나섰다. 이제는 여수의 대표 관광거리가 되어버린 낭만포차촌을 지나 조금 한적한 곳에 아담한 횟집이 있어서 들어가봤다. 이유는 알수 없으나 상호는 도시어부... 요즘 많이 방영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의 이름이 도시어부라고 하던데, 그럼 거기서 따온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이 집은 그리 오래된 곳은 아닐터. 하지만 내막이야 어떻든 무슨 상관이랴. 일상을 살아야 하는 서울에서 멀리 도망쳐나와 오랜 친구와 한잔 하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하고 넘친다.
도시어부
자정을 넘긴 새벽까지 영업을 한다.
배추김치, 부추김치
여수 명물 갓김치를 안주길래
부탁해서 결국 맛을 봤다, ㅋㅋ
정확한 이름은 모른다.
총알 오징어...?
새우장
삼합구이
전복, 새우, 삼겹살이 들어간
여수의 대표적 음식이다.
돌판에 재료들이 익어가면서
자작하게 국물이 배어나온다.
우선 색감과 냄새만으로도 맛있다.
여수의 삼합은 전라도의 전통적인 홍어 삼합과는 많이 다르다. 홍어, 돼지고기, 묵은지로 이루어진 홍어삼합과 재료만 다른 것이 아니다. 이미 각각 독립적으로 완성된 음식 (홍어회, 돼지고기, 묵은지) 세가지를 단지 조합해서 먹는 홍어삼합과는 달리 여수삼합은 생물을 돌판에 올려놓고 서로 섞어가며 익혀먹는다. 재료는 새우, 전복, 삼겹살이 흔히 사용되지만 이것도 전복대신 묵은지가 들어가기도 하고, 삼겹살대신 소고기가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결국 여수 삼합은 정형화된 구성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고,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번 여수 방문때도 삼합을 먹었는데, 그때는 돼지고기 대신 차돌박이가 나오고 돌판에 버터를 두르기도 했었다. 이번 도시어부에서의 삼합은 그때처럼 퓨전은 아니어서 오히려 좋았다. 콩나물, 신 김치등을 듬뿍 넣고 돌판에 굽다보니 문득 여수 삼합이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두루치기에 해산물이 더 추가된 형태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싱싱한 재료, 칼칼한 양념에 소주한잔... 굳이 여수 밤바다, 여수의 낭만, 뭐 그런거 별로 필요치 않았다. 오히려 그런 수식어들이 이제는 너무 진부하고 상업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별로다. 그래서 그날 여수에서의 나의 감상은 이렇다. '맛있는 안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