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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일식

<일식 레스토랑> 하쿠시 : 창의적인 일식당

by *Blue Note*

<신사동 맛집> 하쿠시

 

일식집도 진화를 거듭한다. 그저 초밥집이 전부였던 때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초밥을 기본으로 얼큰한 한국식 알탕이나 대구탕을 파는 것이 전형적인 일식당의 모습이었고, 우동이나 모밀국수집은 일식이기는 하지만 그저 우리 국수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가 이자카야라는 말이 등장하고 곧이어 오마카세, 갓포요리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한번 물꼬를 트면 곧바로 대세가 되는, 우리 대한민국의 못말리는 역동성에 힘입어 요즘은 재료, 조리방법, 그리고 심지어 인테리어와 마케팅에서도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는 일본 요리집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하쿠시는 이런 변화의 첨단에 있는 곳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말이다. '핫 한 곳'이라는 표현을 정말 싫어하지만 (이유는 모르겠다. 곧 식어버릴 운명이기 때문인가, ㅋㅋ. 뭔가 너무 가벼운 느낌이라 그럴 수도 있겠으나 뭐 그냥 개인적 언어취향이라고 해두자) 어쨌든 그런 곳인 것 같다. 강남의 건물 지하에 있고, 찾기가 다소 어려우며, 실내는 많이 어둡다. 그리고 예약이 필수고 많이 비싼 편이다. 하쿠시는 '박사'라는 뜻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이름은 모르겠다

크림색 소스위에

꼴뚜기인지 쭈꾸미인지

간장 소스에 졸인

연체동물 위로

강렬한 녹색과 마젠타 색의

야채 가니쉬를 올렸다.

도자기 식기와 나무 플레이트는

음식과의 뛰어난 시각적 조화를 구현했다.

 

제주 사시미

아마도 제주에서 재료를 공급받나 보다

방어로 생각되는 사시미

그리고 총알 오징어가 이채롭다

 

 

메뉴판상에 소개된 이름은

노도구로 리큐야끼, ㅋㅋ

뭔 소리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잘 구워낸 금태에 깨를 듬뿍 뿌리고

밑에는 찹쌀밥, 위아래로 표고버섯과

은행 두알을 장식했다.

 

블랙 트러플 스키야키

한우 채끝등심을 사용했다.

 

우니 시소 뎀뿌라

뭐 모양이 예쁘다.

우니 위에 철갑상어알을 올렸다.

 

하쿠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플레이팅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일본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는 속설에 충실하다. 각각의 재료가 가진 색상을 많이 고려한 느낌이다. 그러나 괜히 트집을 잡자면, 이러한 시각적인 배려가 맛이나 식감의 조화에도 똑같이 적용되느냐 하는 문제다. 쉽게 이야기해서 우니 위에 캐비어를 얹은 것이 강렬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나같으면 우니와 캐비어를 동시에 먹고 싶지는 않다. 같은 접시에 두기 싫다는 얘기다. 두 가지 모두 풍미가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모양과 디자인이 두서없이 다양하기만 한 사케 잔들은 가능하면 바꿨으면 좋겠다. 하쿠시의 분위기, 인테리어, 음식과 맞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다. 좋은 사케라도 이런 잔에 마신다면 맛이 반감될 것이다. 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격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많은 메뉴에 트러플을 두루두루 사용하는 것은 이 집만의 특성일 수 있다. 요즘은 우리 나라 사람들도 소위 '핫 한 트러플'에 꽤 익숙해 지기 시작했으니,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트러플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다만 요리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라 말하는 것이 좀 조심스럽지만, 트러플을 여러 메뉴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계산된 의도가 있었는가 하는 점은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부분이다. 트러플이 비싸고 좋은 재료인 것은 맞지만, 모든 재료와 어울리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더구나 트러플은 애초에 일본 요리에 없는 것이기에 이를 사용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는 더욱 신중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건 마치 양념에 푹 재운 등갈비에 치즈를 듬뿍 얹은 국적불명의 음식을 내가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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