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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서울의 박물관> 서소문 성지역사 박물관 : 난민복서

by *Blue Note*

<서울 가볼만한 곳>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

 

서소문 역사공원을 잠깐 둘러보고 이제 성지역사박물관으로 내려간다. '내려간다'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이 박물관의 공간이 지하이기 때문이다. 2019년 6월 개관한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은 44명의 천주교인이 순교한 역사적인 장소에 만들어졌다. 박물관뿐 아니라 전시장, 예배당이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소 3곳이 컨소시엄으로 응모한 설계 디자인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팩트보다는 직접 방문해서 경험하는 울림과 감동이 비할 수 없이 크다. 콘솔레이션 홀, 하늘광장, 하늘 길 같은 멋진 공간에 대한 포스팅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조각상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성지박물관 입구인 '빛의 광장'

커다란 조형물은 이경순 작가의 <순교 십자가>

 

조선시대 죄인의 목에 씌웠던

칼을 형상화하여 중첩배열하였다.

 

<난민 복서>

이 환권, 2018년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순교자의 길>이라는 이경순 작가의

브론즈 연작 7개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고난을 받으면서도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믿음을 형상화하였다.

 

<수난자>

작가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아마도 최인수로 짐작된다.

 

박물관을 본격적으로 관람하기 전부터 범상치 않은 지하의 공간 구성과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조각상들이 주는 엄숙함이 이 곳이 그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을 위해 기꺼이 순교의 길을 택했던 사람들을 기리는 성지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순교 십자가>, <수난자>, <순교자의 길>등 종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난민 복서> 같은 이색적인 조각상도 의미심장하다. 잠시 부연 설명을 하자면, 조각상의 주인공은 아프리카 분쟁지역중 하나인 카메룬 출신으로 2015년 문경에서 개최된 세계군인체육대회를 기회로 숙소를 이탈하여 난민 지위를 얻는다. 다른 피부색의 이방인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편견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가. 작가는 신체비율이 왜곡된 복서의 모습, 보는 위치에 따라 변형되고 일그러지는 왜상기법의 조각상을 통해 우리의 왜곡된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시대에도 여전히, 아직 박해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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