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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핀란드 디자인 만년>전 :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

by *Blue Note*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핀란드 디자인 10 000 

 

국립 중앙 박물관의 이번 특별전은 여러 면에서 기존의 전시회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핀란드 지역에서 1만년에 걸쳐 발전한 문명을 물질, 문화, 그리고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다. 그런데 그 기획 방식이 특이하고 창조적이다. 우선 일반적인 과거, 현재, 미래라는 연대기의 틀을 따르지 않는다. 유물 분류에 있어서 전통적인 시대 구분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더구나 세분하여 모아놓은 유물들의 기능이 유사하지도 않은데 가령 수천년전 도끼와 현대의 노키아 핸드폰을 함께 전시해 놓는 식이다. 하지만 이 두 사물은 각각 과거와 현재의 '생존 도구'라는 점에서는 통하는 바가 있다. 사물에 대한 이런 식의 인식과 통찰은 더욱 확대되어 '사물의 형태학', '원형에서 유행까지'같은 소제목이 보여주듯, 디자인적인 관심으로까지 나아간다. 이 전시는 관람자의 태도 변화도 요구한다. 유물을 관찰하고 그 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찾는 것보다, 사물의 의미와 물질문화,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관람태도가 필요한 듯 하다. 물론 낯설고 어려운 일이어서 당혹스럽다. 설명을 읽어도 잘 들어오지 않아 많은 부분을 소화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야 했음을 솔직하게 밝혀둔다. 그럼에도 나름의 커다란 즐거움이 있었는데, 그것은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유물을 감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전시실 내부

 

필루형식 도끼, 노키아, 양날 도끼,

레우쿠 형식 칼, 레노 형식 나팔

모두 생존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이다.

1부 : 인간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은 인간을 만든다

<생존 도구 / 도구로서의 언어>

 

물지게(핀란드), 백팩틀, 물지게 (한국)

핀란드의 지게와 한국의 물지게는

형태와 기능에서 유사성을 보여준다.

인간의 능력은 신체의 기능을 확장시켜주는

보조도구들과 함께 진화해 왔다.

1부 인간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은 인간을 만든다.

<보조도구>

 

노동 효율성 추구로 탄생한

단순하고 세련된 거릿대,

하나의 나뭇가지가 그대로 다리가 되는 스툴,

양끝이 가지로 고정된

자작나무 껍질 그릇 (투오코넨 형식)

2부 : 물질은 살아 움직인다

<형태의 탄생>

 

의자

하나의 통나무 조각으로 만들었다.

2부 : 물질은 살아 움직인다.

 

나무심지 받침대 (파레피티 형식)

흑야기간에 조명으로 사용하는

소나무 너와판을 고정하던 받침대다.

부싯돌과 부시

2부 : 물질은 살아 움직인다.

 

핀란드인의 무의식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로

'자연'을 꼽았다.

옛 화폐 마르카에는 통치자의 얼굴대신

사회, 경제적 행위에 대한 상징이 디자인으로 활용되었다.

마그누스, 북부주민의 역사 1555년

1000 마르카 (1922) & 1마르카 (1963)

포크맨, 동부 민란드의 민속문화 1880년

남성 면 셔츠

3부 : 사물의 생태학

<사회와 환경 / 문화의 범주>

 

설피, 나막신, 부츠

과거의 이동수단 중 많은 것들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핀란드와 한국의 설피는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여주며

지형에 대한 이해와 인간의 적응력을 보여준다.

3부 : 사물의 생태학

<지형과 이동성>

 

나막신

발이 닿는 부분은

착용자의 발바닥 구조에

알맞은 형태를 보인다.

3부 : 사물의 생태학

<지형과 이동성>

 

부츠

가죽과 나무로 만들었다.

 3부 : 사물의 생태학

<지형과 이동성>

 

다리미 & 인두 (조선),

다리미 (나무, 핀란드)

여성이 담당했던 일과 관련된 도구에서는

장식성과 세밀함이 확인되는데

대표적인 것중 하나가 다리미다.

3부 : 사물의 생태학

<가정의 물품들>

 

칼을 위한 벹트, 칼과 칼집 & 벨트

허리띠와 장식, 삼국시대

시대 및 소유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재료에 대한 이해와

제작자의 섬세한 기술적 전문성이 돋보인다.

3부 : 사물의 생태학

<장인 정신>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만년전

4부 원형에서 유형까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원형;과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는 '유형'의 속성이 펼쳐진다.

 

유아용 그네의자

사용자에 대한 애정을 담은

여러 특징이 담겨있으며

집의 내부 공간과도 연관되어 있다.

4부 원형에서 유형까지

 

스툴 (가운데,  안티 누르메스니에미, 1952년),

휴대용 스툴 (아래)은

나무토막 하나를 조각해 만든 것으로

다리의 방향이 무작위로 뻗어나간

재미있는 모습으로

원래 어부가 사용하던 것이라고 한다.

이동성과 앉는 이의 편안함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4부 : 원형에서 유형까지

 

병 (유리 자작나무 껍질)의 독특함은

구형인 물체와 그 부분을 아무렇게나 둘러싼 듯한

자작나무 껍질의 모양에 있다.

그 결과물들은 시간을 초월한다.

<1621> 주전자 (유리 라탄, 카이 프랑크 1953년)는

플라스크와 비슷한 형태로

과학적, 기술적 미학이 느껴진다.

4부 : 원형에서 유형까지

 

 컵, 구부러진 자작나무

뿌리깊은 원형의 본질적인 속성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4부 : 원형에서 유형까지

 

보관함 뚜껑 (나무)

일상은 영적인 전통과 

끊임없이 뒤섞여 있었다.

뚜껑의 문양은 온갖 불확실성을

상징, 제의, 희생으로 막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5부 : 초자연에서 탈자연으로

 

 다리미

주술 기호에서부터 예수까지

다양한 신앙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대칭적인 십자가 가운데에는 IESYS 가 새겨져있으며

미로, 오각형별, 내개의 고리로 구성된 기호도 보인다.

5부 : 초자연에서 탈자연으로

 

굽다리 접시 (원삼국)

풍어를 기원하기 위한 봉헌물 받침대 (핀란드)

5부 : 초자연에서 탈자연으로

 

빵 집게(좌)를 보면 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지게 (우)에는 인체공학과 힘의 분산이 적용되어 있다.

형태는 목재의 탄력성을 표현한다.

6부 : 사물들의 네트워크

 

 놋그릇 (동합금, 근대)

숟가락 (핀란드)에선 개별적 차이와

신체공학적 배려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일관된 디자인과 비율이 지켜진다.

6부 : 사물들의 네트워크

 

<빌헬미나 32>

일마리 타피오바라,

대량생산을 위해 세심하게 연구한 결과물이다.

6부 : 사물들의 네트워크

<사물의 유사성>

 

정리하다보니 내용이 방대하다. 이 말은 그러나 단순히 전시품의 숫자가 많다거나 설명이 길다거나 하는 의미보다는 곱씹어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그 깊이가 아득하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로 본다면 잘된 전시라고 하기 어렵겠다. 너무 많은 '꺼리' (볼거리, 생각할 거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서 미처 소화도 못시킨 상태로 전시장을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 전시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미리 사전에 공부를 좀 하고 가거나, 아니면 그냥 여러번 반복해서 보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 - 핀란드 디자인 10000년>전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과거와 현재를 한축으로 하고 지리적 차이를 다른 축으로 해서 물질문화의 좌표를 비교하고 살펴보는 재미,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이번 전시의 목적이랄까, 전혀 다른 용도의 두 물건속에 공통으로 흐르는 인류의 사고방식과 문명의 역사를 디자인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아주 색다른 경험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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