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 맛집> 강남 어시장
<강남 어시장>이라는 상호가 특이하다. '강남'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고층 건물과 명품 샵, 고급 음식점같은 이미지들과는 동떨어진 '어시장'이라니.... 아마도 이러한 심리적 괴리감을 신선한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서 상호를 정한 것으로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집은 강남 대로에 있는 빌딩 5층 옥상에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장 매장으로 들어서면 과연 어시장 분위기가 난다. 한쪽에 수족관과 커다란 어물전이 마련되어 있고 천장에는 색색의 오색 만국기도 있어서 동남아 어디쯤의 분위기도 살짝 난다. 하지만 일회용 비닐로 테이블을 감싼 방식은 우리나라 횟집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메이드 인 대한민국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모든 인테리어가 자연스럽게 녹아나지 않고 다소간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연출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거야 그저 나만의 생각이고.... 대부분의 손님들은 게의치 않고 즐기는 분위기다.
강남 어시장
레스토랑이나 무슨 뷔페식당같은 분위기...
소스와 쌈채소
이것도 비용을 받았던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다.
해산물 모듬
구색이 다양하다.
특이하게 와다도 나온다.
문어숙회
꽃장식대신
숙회를 조금 넉넉히 주면 더 좋겠다.
모듬 생선구이
이 날 주문한 메뉴중 베스트다.
전골라면
이름은 거창하지만
해산물을 조금 넣고 끓인 라면이다.
매장 옆에있는 옥상
날이 좋으면 야외에 테이블을 설치하기도 한다.
그저 추측해보건대 '강남 어시장'이 오픈하기 전에 이 장소는 아마도 파스타나 스테이크, 혹은 프랜차이즈 패스트 푸드점같은 업종이 입점해 있었을 것 같은 분위기다. 큼지막하게 뚫린 창, 조명, 주변의 데크와 구조물들이 이러한 합리적 추측을 가능하게 해주는 근거들이다. 그래서 이런 인테리어 분위기에 강남 한복판에서 어시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끌벅적한 횟집을 낸다는 것이 재미있는 발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이 횟집에서 내놓은 재료가 싱싱하고 가격대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우선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그저 내 느낌을 말하자면 좋은 점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처음 해산물 모듬은 화려한 비주얼에 비해 내용은 부실했다. 더구나 가격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저 아기자기하게 구색을 맞추어 보기에는 좋으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딱 그 형국이다. 문어 숙회도 마찬가지다. 그에비해 생선구이는 좋았다. 생선의 종류가 다양했을 뿐 아니라, 고급 어종이 많았고 상태도 좋았다. 특히 크기가 작아 아쉬웠지만 민어 구이를 오랜만에 맛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이 집은 식당이라기 보다는 한잔 하기 좋은 해물 포차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마땅히 식사거리는 없고 대신 라면이 인기다. 강남 어시장에서는 이 라면을 특별히 '전골 라면'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흔히 포차나 바닷가 일부 식당에서 끓여주는 해물라면에 다름 아니다. 회 한점에 소주를 마시면 마무리로 칼칼한 라면을 찾게 되는 것이 일종의 정해진 순서인데 (불판에 고기구워 먹고 나중에 밥 볶아먹는 거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걸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서, 거의 찬양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늘 횟집의 해물 라면은 '죽여주는 최고의' 맛으로 표현된다. 언제나 옳은 해물라면, ㅋㅋ. 내 생각에 그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하긴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맛있다고 서로 공감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나한테 부족한 것이기도 하고, ㅋㅋ. 아무튼 이 집은 친구들과 떠들면서 즐겁게 한잔 하기 좋은 곳이다. 해산물 포차치고는 메뉴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고, 이색적인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기에 주당들에겐 더욱 좋다. 일부 메뉴는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다. 직원분들이 우왕좌왕하는 점은 다소 아쉬운데 개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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