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맛집> 경도식당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인 불고기의 유래에 대해서는 기록이 많지는 않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고구려 사람들이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불에 구워먹은 맥적이라는 것인데, 사실 이 기록이 전부다. 이 맥적이 지금 우리가 '불고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음식 전문가나 우리 요리의 역사를 잘 아는 전문가들도 나보다야 낫겠지만 자신있게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자료나 기록이 없고 제대로 된 연구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우리가 즐기는 불고기는 흔히 서울식 불고기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갖은 양념에 숙성 시킨 소고기를 놋쇠판에 얹어 익혀먹는 불고기 말이다. 고기를 얹은 불고기 전용 놋쇠판 아래로는 양파와 달큰한 국물이 부록처럼 딸려나오는 서울식 불고기...ㅋ. 하지만 지역에 따라 불고기는 조금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모두들 알고 있듯이 서울식 불고기외에도 광양과 언양이 유명하다. 오늘 소개하는 경도 식당은 광양식 불고기 전문점이다.
경도 식당
제법 멋스럽고 운치있는 외관이다.
광양 불고기
얇게 썰은 소고기에
자작한 양념은 최대한 절제되어 있는 느낌이다
기다란 구이용 집게가 인상적이어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김홍도 (혹은 김득신) 인지 조선시대 풍속화에 나오는
고기굽는 장면에서 봤던
구이용 젓가락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밑반찬과 광양불고기
오이냉국은 너무 달고
파김치는 아직 채 익지 않아
맛이 덜 들었다.
숯불을 놓고 석쇠를 얹은 후
얇게 손질된 광양 불고기를 굽는다
사실을 말하자면 광양을 경유한 것은 순전히 광양 불고기를 먹기 위해서였다. 지역색이 강한 음식이라해도 서울에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말도 있지만, 그 말을 신봉하지는 않는다. 역시 그 지역에서 오랜 시간 내공을 쌓은 음식점이 그래도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자체등에서 인위적으로 급조한 먹자 골목 같은 것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 광양에는 광양불고기 특화거리라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일단 이런 곳은 아무 고민없이 패스했다. 무슨 무슨 거리, 특화 마을, 이런 이름들을 무신경하게 써붙히는 자체가 상업적 냄새가 물씬 풍겨서 불편하다. 이런 데 피해서 찾아낸 곳이 광양읍에 있는 경도식당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방송 출연도 최근 했다고 나왔지만, 그거야 나한테는 좋을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었다. 방송에 소개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집의 맛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뭏든 경도 식당에서 맛본 광양 불고기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좀 아쉬웠다. 우선 밑반찬으로 나온 매실 장아찌와 오이 냉국들이 너무 달아서 깜짝 놀랐다. 광양지방에서는 이렇게 양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집의 광양 불고기도 나한테는 간이 좀 쎄다고 느꼈다. 내심 얇게 저민 광양 불고기의 희미하게 묻어나는 달달함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먹을수록 강한 양념이 느껴지고 나중에는 좀 짜서 물을 들이키게 되는 상황... 혹 굽기 직전에 바로 양념하지 않고 양념에 어느 정도 재어 놓았다가 내온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재료 자체는 신선도나 품질면에서 만족스러웠으나 아무래도 본고장 불고기에 대한 기대가 컸었던 것 같다. 살짝 맥이 빠지긴 했다. 하지만 본 고장에서 지역 음식을 맛본 문화적 경험으로 생각한다면 이 또한 즐거운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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