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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한식

<도산공원 맛집> 어물전 청 : 이야기가 있는 한식 레스토랑

by *Blue Note*

<압구정 맛집> 어물전 청

 

<어물전 청>을 굳이 분류하자면 한식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용하는 주 재료를 중심으로 보면, 상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될 것이고... 하지만 이 집을 기존의 어느 한 카테고리에 넣기가 애매하다. 한식에 사용하는 조리법을 기본으로 해산물 요리를 만드는데, 서양식 조립법과 소스, 양념이 꽤 자주 사용되고 운영 방식은 일본의 오마카세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는 파인 다이닝의 분위기로 아래에는 오픈된 테이블과 바 형태의 좌석, 그리고 이층은 독립된 룸이 있다. 

어물전 청 / 좁은 골목에 숨어있어서 찾기가 쉽지는 않다.

'맡김 차림'으로 이름 붙인 오마카세 메뉴를 시켜봤다. 굵은 글씨로 재료와 원산지를 강조한 것이 마음에 든다. 서양애들이 하는 고급 음식점에서 써먹는 방법이다, ㅋ

안키모 아이스크림 / 맛도 맛이지만 안키모로 아이스크림을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쌀은 오래 살라고,  엽전은 돈 많이 벌으라는 얘기인가 보다. 스토리가 있는 음식인 셈이다.

알배추와 보리된장 / 배추가 얼마나 맛있는 채소인지 알려주는 하나의 당당한 메뉴다. 아삭한 식감, 달달한 맛, 거기에 들기름 부은 보리 된장은 배추와 최고의 궁합이다. 소박한 플레이팅에서는 품위가 느껴진다

일품진로 / 토닉워터와 레몬도 주문했다.

제철 막회 / 밀치 (가숭어)회에 꼬시레기와 장 김치를 곁들여 초장에 찍어 먹는다.

튀긴 기장멸치를 토핑하고 오렌지 소스를 뿌린 부라타 치즈

주문진 오징어 찜 / 된장처럼 보이는 것은 초리초 소스인데 별미다. 와인 안주로만 먹었던 초리초의 새로운 발견이다.

포항 단새우 / 아래에 길고 얇은 카펠리니 파스타를 깔았다. 들기름 향이 그윽하다.

남해 대삼치 구이 / 마요소스 바르고 아부리까지 한듯...

서산 꽃게탕 / 냉이 향이 봄을 알린다.

강정소스에 통들깨를 입힌 군산 아구 튀김

수비드 한돈 오겹살 / 보쌈 무김치를 곁들인다.

한우 채끝 구이와 토하젓 / 발상이 발랄하고 참신하다.

디저트는 사양벌집 생꿀을 얹은 크로플

 

고유명사처럼 일본 사람들이 사용하는 '오마카세'라는 말과 개념을 우리 식으로 차용해서 한국화 했다는 점에 우선 큰 칭찬을 하고 싶다. 오마카세 대신에 '맡김 차림'이라는 말을 개발한 것도 참 대견하다. 제철 재료를 가지고 셰프가 알아서 그 날의 요리를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는 방식을 '오마카세'라는 일본어 말고도 이렇게 우리말로 멋지게 표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참신한 컨셉과 아이디어뿐 아니라 이 집은 음식도 참 맛있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우리 한식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나, 전통 한식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된 메뉴들이다. 하지만 어설프게 이것저것 마구 섞어 넣은 퓨전이 아니라 재료와 우리 음식의 양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일본, 서양의 레시피나 조리법을 가미한 창조적인 요리여서 감동이 크다. 이 날 가장 인상적인 메뉴를 하나만 꼽는다면 한우 채끝 등심구이에 토하젓을 딸려 내온 것이었다. 우리의 음식은 재료의 다양성, 조리방법, 발효기술, 양념 등 실로 많은 부분에서 세계적이라고 나는 늘 생각하고 있다. 다만 식기, 플레이팅,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창조적 퓨전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부족함이 있어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어물전 청에서 식사를 하면서 우리 음식의 한 단계 높은 도약의 가능성을 본 것 같아 뿌듯했다. 늘 연구하고 도전해서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식당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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