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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제주도 미술관> 왈종 미술관 : 아름다운 미술관

by *Blue Note*

<제주도 가볼 만한 곳> 왈종 미술관 : 환하고 얕은 세상

 

제주도는 우리나라 제일의 관광지임에도, 전시나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듯하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에 있는 마크 샤갈 박물관, 그리고 니스에서 지척에 있는 앙티브의 피카소 박물관에서 받은 감동은 엄청났다. 휴양과 문화생활을 구별하지 않고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국가와 사회의 뒷받침이 참으로 부러웠다. 대한민국 혹은 그 국민을 흔히 '문화민족'이라고 한다(고 한다). 하지만 국립박물관을 비롯한 박물관, 미술관들은 널널하게 비어 있다. 느긋한 관람은 가능하지만, 관람객이 적은 전시장은 썰렁하고 기운이 빠진다. K 팝으로 전세계를 석권하는 한류와는 다른 풍경이다. 제주도에서 둘러볼 만한 문화예술 공간은 국립제주 박물관, 추사 유배지와 기념관, 불탑사, 이왈종 미술관, 그리고 기당 미술관 정도이다. 섬 전체에 퍼져있는 각종 테마공원, 조악하기 짝이 없는 상업성 박물관은 제외하기로 하자. 오늘은 왈종 미술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회화, 도자기, 조각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는 이왈종의 개인 미술관이다. 정방폭포 바로 앞에 있다. 

왈종 미술관 / 건축가 데이비드 마쿨로와 한만원이 설계했다고 한다. 건축에 문외한인 나는 물론 그들을 모른다, ㅋ. 백자를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인화문 분청사기의 이미지와 가깝다는 생각을 해봤다. 

 

미술관 앞의 정원

 

전시실 내부 / 회화와 목조각이 보인다. 재료는 다르지만 제목은 모두 <제주 생활의 중도>다. 

 

 

전시실에서 내려다본 정원의 모습

 

전시실을 나와 테라스에 서면 제주 바다가 보인다.

 

이왈종 화백의 작업실

 

옥상으로 올라가는 복도에 전시된 조각보, 나무 공예품들

 

이왈종의 그림은 화사하고 밝은 색감, 꽃나무, 그리고 작게 표현된 다양한 대상들이 특징이다. 대중적인 인기의 이유일 것이다.  

 

비교적 최근인 2-3년전 작품이다. 대상의 숫자를 엄청나게 줄이고 대신 크기는 크게 강조해서 그렸다. 기존의 틀에서 많이 벗어난 느낌이다. 그래도 제목은 역시나 <제주생활의 중도>다. 

 

왈종미술관 모형은 작가가 직접 도자기로 구웠다고 한다. 

 

<제주생활의 중도> 2008, 목조에 아크릴릭

 

참, 여러가지로 아기자기하기는 하다. 

 

왈종 미술관의 옥상에 전시된 전시물도 특이하지만, 이곳의 경관은 정말 일품이다. 

 

굳이 19금이라고 안내된 공간에 전시된 도자기들. <사랑으로 체력을 달련해서 120살까지만 살자>라는 글귀가 도자기 접시에 쓰여있다. 글쎄, 뭐... 

 

우선 왈종 미술관은 아름답다. 정방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터를 잡았다. 미술관에서는 탁 트인 제주 바다의 푸르름을 원 없이 만끽할 수 있다. 앙티브에 있는 피카소 박물관과 여러모로 닮았다. 혹시 이왈종 화백이 피카소 박물관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매우 합리적인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입지 선정이다. 계단을 따라 옥상에 올라가면 더욱 장관이다.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미술관의 위치는 그렇고... 이왈종의 작품은 취향의 문제다. 내 취향은 아니다. 밝고 화사한 화면에 올망졸망한 사람과 차, 골프채가 모든 작품에서 무한 반복되는 듯한 컨셉은 재미없다.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 (아마도 수백 개의 작품이 같은 제목을 달고 있을 것이다)에서 무슨 화두처럼 등장하는 <중도>라는 말도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작가가 설명한 <중도>의 개념을 들으면 더 헷갈린다. <우리 삶을 이루는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평등의 조건 아래 표현함으로써 중도의 원칙을 지킨다>...? 중도(中道)는 불교에서 말하는 '치우치지 않는 바른 도리'를 뜻하는 바, 그 개념 자체도 어렵고 심오한데, 이왈종의 설명은 이 개념에 대한 오해내지는 오독으로 들린다. 게다가 그것을 설명하는데 자동차, 노루, 골프채와 TV 가 등장하면서 제목이 <제주 생활의 중도>라니 작가의 심오한 세계를 나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림을 보다 잘 설명하려면 <즐거운 제주생활>로 하면 어떨까. 혹 제목을 매번 붙이는 것이 귀찮고 힘에 부치면 차라리 그냥 <무제>라고 하는 것이 <중도>보다 여러모로 훨씬 낫겠다고 생각하지만, 제목이야 사실 전적으로 화가의 권한이다. 처음 그의 작품을 본 것은 오래전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였다. 그리고 그가 대한민국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화가 중 하나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그의 작품은 대중들이 많이 좋아해서, 엄청난 다작임에도 불구하고 미술 경매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그래도 나는 그의 그림이 뭔가 허전하다. 이왈종 미술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제주도의 화가 변시지 작품이 상설 전시되는 기당 미술관이 있다. 이왈종 미술관까지 왔다면, 기당 미술관도 꼭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삶,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 작품 세계, 표현 방식등 모든 것이 대비된다. 그러한 차이는 화가의 분신인 작품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골프치는 제주' vs '폭풍의 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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