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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제주도의 미술관> 기당 미술관 : 변시지, 폭풍의 화가

by *Blue Note*

<제주도 가볼 만한 곳> 기당 미술관 : 황토 바탕, 검은 선의 제주

 

정방폭포 앞에 있는 왈종 미술관을 관람한 후에, 바로 차를 몰아 기당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사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근현대 작품들을 관람하다가 변시지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됐고, 그후 자연스럽게 그의 주요 작품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는 기당미술관을 찾게 되었다. 깊은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 방문은 옛 친구와 함께였는데, 본의 아니게 도슨트 비슷한 것을 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되어 왈종 미술관과 기당 미술관을 한데 묶어서 휘리릭 댕겨왔다. 내심 두 작가를 대비시켜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당미술관은 1987년 재일교포 사업가였던 기당 강구범 선생이 건립하여 제주에 기증하였다. 이런 얘기 들으면 존경심이 맘 깊은 곳으로부터 마구 샘솟는다... 이 미술관은 일명 <제주화>로 불리는 변시지 화백의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기당 미술관

 

상설전시되어 있는 변시지의 작품들

 

 

풍파, 1984 / 그림 속에서 제주의 거센 바람이 불어대고 있다.

 

해촌 / 유화인데 수묵의 정서가 물씬 풍긴다. 참 묘하고, 사람의 마음을 조용하게 휘젓는 힘이 있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의 숫자가 아주 많지는 않으나 하나하나가 다 혼신의 힘이 느껴지는 역작들이다. 

 

화가의 방

 

화가의 방 바닥에 놓여있던 항아리. 지난번 방문 때는 왜 못 봤을까. 이번에 내 맘을 홀라당 빼앗아버렸다. 이우환, 장욱진 등 알만한 화가들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릴 때는 보통 백자 접시에 청화로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옹기에 그린 경우는 나로서는 처음 본다. 항아리를 엎어 놓고 그린 점, 걸터앉기 편하게 한 기능성도 참신하다. 

 

누런 황토 바탕에 검은 선... 나에게는 그것이 변시지 그림을 떠올릴 때 다가서는 이미지다. 그의 그림 속에 있는 바다, 새, 사람, 수평선, 집, 그리고 파도와 바람은 그냥 그 스스로가 바로 '제주'다. <제주 생활의 중도>를 외치고 거의 모든 그림의 제목으로 삼는 이왈종과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 어떤 표현 방식을 좋아하고 어떤 색감을 좋아하느냐는 오롯이 취향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제주도의 속 알맹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화가는 말할 것도 없이 변시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그림이 슬프고, 마음이 휘몰아치며..., 좋다. 왈종 미술관과 기당 미술관을 차례로 관람하면서 애초에 예정했던 작가나 그림에 대한 배경 설명을 친구들에게 자세히 할 필요가 없었다. 어설픈 도슨트의 설명이 없어도, 두 작가의 작품은 그 자체로 너무나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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