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저런 생각들

<영화> 몬스터 볼 (Monster's Ball) : 상처받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소통과 위로

by *Blue Note*

<영화> 몬스터 볼 (Monster's Ball) : 상처받은 사람들의 눈물겨운 소통과 위로

 

사형집행을 앞둔 아빠를 교도소 면회실에서 만난 어린 아들이 아빠에게 자랑을 한다. 아빠 제 그림이 교지 표지에 실렸어요…” 아빠가 묻는다. 그래..? 어떤 그림을 그렸니? 감옥 독방에 혼자 앉아 있는 아빠의 모습이요. 옆에서 연신 담배를 피우던 아내 (할리 베리)가 말한다. 미술 시간의 그림 주제가 고독이었데요…” 잠깐 어두운 표정이었던 아빠는 곧 얼굴가득 터질듯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아빠는 네가 정말로 자랑스럽구나.

 

 

몬스터 볼(유명한 드레곤 볼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이라는 꽤 잘된 영화의 한 장면이다. 물론 이 영화의 주제는 아빠와 아들간의 가족애는 아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장면은 고요한 강물의 흐름처럼 내 가슴에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사실 몬스터 볼이라는 영화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삶에 대한 자세와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남편과 아들을 잃고 극도의 경제적인 궁핍에 몰린 젊은 흑인 여자와, 자살한 아들로 인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초로의 백인 남자간의 사랑. 영화는 교묘한 복선과 우연을 매개로 탄탄한 구성과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관객을 영화속으로 몰입시킨다. 너무나 외롭고 쓸쓸했던 두 사람이 응접실에서 나누는 정사신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나는 이 영화가 얼마전 보았던 지태가 나오는 봄날은 간다처럼 슬프게 끝나지 않고 해피앤딩으로 끝나서 좋다.

그런데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영화는 단지 핑계일 뿐. 앞서 나는 몬스터 볼이라는 영화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영화를 안본 사람이라면 내 어설프기 짝이없는 영화해설이 과연 얼마나 가슴에 와 닿을까? 한적하고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은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영화 전편을 흐르는 칙칙함과 숨막히는 고립감들 그러나 누군가 이 영화를 보았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는 그와 공감할 수 있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가장 강력한 수단임에 틀림없으나 충분하지는 않다.

소통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 완전하지는 않아도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것.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너의 느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 그런 면에서 오래된 친구와 가족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 공동체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옛날 친구들이 있어서 좋고 그들과 지금도 같은 시간, 같은 사건을 함께 경험할 수 있어 참 행복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