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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영화 인셉션> 얼떨결에 본, 얼떨떨한 영화

by *Blue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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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 Inception> 얼떨결에 본, 얼떨떨한 영화


인셉션, 얼떨결에 봤습니다. 블로그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운좋게도 다음 뷰 에드에서 글 열심히 쓴다고 격려(?) 차원에서인지 영화 예매권 2장을 주더군요. 횡재한 기분에 무슨 영화를 볼까 하다가, 첨에는 강우석 감독의 이끼를 보려했습니다. 근데 상영 시간대가 잘 맞지 않아, 정말 아무 생각없이 인셉션을 선택했습니다. 메멘토, 배트맨 비긴스, 다크 나이트로 제게 충격을 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최신작이고 주인공이 레오나드로 디카프리오여서 크게 실망할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ㅋㅋ... 

영화보기 전에 제가 인셉션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 혹은 선입견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다룬 작품인 것 같다는 것과 SF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CG 로 도배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특유의 노림수도 영화 어딘가에 교묘히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설레는 기대감도 있었구요.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그의 생각을 훔쳐내고 (영화에서는 추출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더 나아가 꿈속에서 조작된 생각(선입견, 신념)을 타인의 무의식에 심어 넣는다는 설정은 분명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설정이 기발한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봤을때,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 설정 자체는 참신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류는 이미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을 통하여 무의식의 세계를 인지하고 있지요. 영화에서 드림 머신이라는 것으로 생각을 추출한다고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의 무의식의 세계를 체크하는 정신분석이나, 범죄 수사에 실제 이용되고 있는 최면술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반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타인의 무의식에 심어서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 또한,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기본 원리와 어떻게 다른지, 아니 최소한 007 첩보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세뇌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인셉션은 답해주지 않습니다. 초거대 기업의 상속자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과연 이러한 황당하기만 하고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진부한 방법을 사용해야만 했는지 좀 의아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영화의 축이되는 기본 설정이 이러하다보니 영화의 재미가 반감되고 박진감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런면에서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단 10분밖에 안되는 초단기 기억상실자가 아내의 살인범을 추적하는 동일 감독의 영화 메멘토는 그 설정의 참신성에서 인셉션을 능가한다는 생각입니다.

꿈속 공간의 설계, 꿈속에서의 꿈, 토템, 곳곳에 심어놓은 복선과 반전의 요소들에서 엿보이는 상징성은 그 자체로 훌륭합니다. 뿐만아니라, 엄청난 제작비와 최신 촬영기법이 동원되어 구현한 압도적인 비쥬얼, 복잡한 이야기 구조는 두시간 반이라는 결고 짧지않은 상영시간 내내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꿈과 무의식, 물고 물리는 다층적 이야기 구조, 현실과 꿈의 혼재, 주인공 코브의 내면에 꽈리를 틀고 자리잡은 채 그를 옥죄는 죄의식들은 확실히 인셉션이라는 영화를 풍성하게 합니다.  그러기에 더욱 아쉬운 맘이 듭니다. 그 아쉬움이란 최고의 건축자재와 멋진 설계도, 최신 장비를 가지고서도 허술한 기초조사로 인해 하필이면 약한 지반에 집을 지어 놓은 것 같은 아쉬움입니다. 

결말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신 분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듯 합니다. 저는 솔직히 얼떨떨 합니다. 아마도 감독이 의도적으로 결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결과로 생각됩니다. 영화 내용 전체가 주인공 코브가 비행기 안에서 꾼 꿈이라는 견해에서부터, 사실 인셉션의 타깃이 거대기업의 상속자가 아닌 주인공 코브 자신이었다는 주장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닥 머리가 좋거나 추리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서 결말에 대한 그럴듯한 해석을 내릴 실력은 못 되구요..ㅋㅋ... 제 생각엔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근거를 가지고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마도 감독은 미로같은 이 영화의 곳곳에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서로 모순되는 열쇠들을 숨겨두고 관객들이 하나 하나 찾아나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다양한 해석과 논쟁, 그것이 바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진짜 의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어보이지만, 만일 제가 이 영화를 한번 더 보게된다면, 꿈속처럼 뿌옇던 것들의 의미가 현실처럼 보다 확실하게 다가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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