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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의 국보> 청자와 백자

by *Blue Note*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백자 철화 포도문 호 / 청자 순화 4년명 호

 

이미 여러차례 기회 있을 때마다 말했지만 이화여자대학교의 박물관은 고려대 박물관과 함께 국내 최고다. 이 얘기는 단지 대학 박물관중 최고라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 박물관을 기준으로 해도 그렇다는 뜻이다. 유물의 종류와 수준, 국가지정 문화재의 숫자, 유물의 관리, 전시실 규모, 일년에 개최하는 특별전의 횟수, 전시의 안목과 기획력...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결국 박물관에 대한 대학 당국의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늘 고마운 마음이다. 아쉬운 점은 주말에는 개관하지 않아서 나처럼 직장에 매여있는 사람은 이번처럼 평일에 연가를 내지 않으면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토요일은 좀 개관해주었으면 좋겠다, 진짜로... 오늘 소개하는 소장 유물 중 특히 눈길이 오래갔던 것은 국보로 지정된 백자 (백자 철화 포도문 호)와 청자 (청자 순화 4년명 호) 항아리 각 1점이다. 여러 차례 이대 박물관을 들락거렸지만 늘 수장고에 모셔져 있던 <백자 철화 포도문 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실견했다 (이 아름다운 백자가 전시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득달같이 달려갔다, ㅋ). 그리고 청자 역시 처음 마주했는데 보물에서 이번에 국보로 승격된 고려 초기의 청자다. 나처럼 도자기에 빠진 사람에게 이만큼 기대되는 전시는 흔치 않다. 비교적 이른 오전에 고려대 박물관에서 권진규의 작품들을 만나고, 신촌으로 달려가 서둘러 혼밥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이대 박물관으로 향했다. 

행화 소영도

비단에 채색으로 살구꽃을 그렸다.

대각선 구도가 만든

공간의 확장성이 인상적이다.

강세황, 조선 18C

 

화각 각게수리

귀중품 보관용으로 사용되었다.

조선 20C초

 

 

 

토제 인화문 귀면각 벼루

통일신라 7-8세기

 

토제 금주악상장식 고배

신라 5-6세기

 

청자상감 인물문 매병(복원)

고려 13-14C

부안 유천리 요에서

수습된 도편을 복원한 것이다.

 

고려 석관

뚜껑에는 비천상

측면에는 백호, 모란 절지문,

주작, 현무가 음각되어 있다

고려 10-14 세기

 

사실 이 항아리를 보러 왔다.

숨이 막힌다...

 

백자 철화 포도문 호

조선 18C, 국보 제107호

 

청자 순화4년명 호

고려 993년

국보 제326호로 승격되었다.

 

묘법 No.920213

박서보, 1992

 

궤와 병

도상봉, 1959년

 

우선 잠깐 <청자 상감 인물문 매병>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강진과 더불어 고려시대 청자 생산의 양대 산맥인 부안에서 제작된 이 매병은 유천리 가마터에 있던 도편을 모아서 복원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강진의 청자보다 부안 청자를 더 좋아한다. 특히 이 매병은 인물화를 상감으로 표현한 매우 드문 유물이다. 연꽃, 대나무, 국화, 괴석이 있는 정원에서 서(書), 화(畵), 락(樂), 무(舞) 네 가지 즐거움을 즐기는 문사의 모습이 유려하고 세련되게 표현되었다. <백자 철화 포도문 호>는 높이 53.3㎝, 입지름 19.4㎝, 밑지름 18.6㎝, 배지름 43.3㎝의 당당한 모습이다. 우선 기형의 아름다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높이 50cm가 넘는 대호에서 오는 압도감이 있다. 게다가 철화로 그린 포도 그림은 정말 일품이다. 당대 최고의 도화서 화원이 그렸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도감으로만 봤던 이 항아리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기쁨은 표현하기 어렵다. 눈호강 제대로 한 것이다. 국보로 승격된 <청자 순화4년명 호>는 또다른 차원의 감동을 준다. 초기 청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게 재미있는 것이 현대 도자의 조형미와 추상성까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요하고 깊은 통찰의 기운도 느껴진다. 굽바닥에는 제작시기 (순화 4년, 고려 993년)과 용도 (왕건의 태묘 제 1실에서 사용하는 의식용 항아리), 그리고 이 청자를 제작한 최길회라는 장인의 이름이 음각되어 있다. 항아리를 통해 천년 전 청자를 만들었던 고려의 장인을 만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경험은 예술적 체험을 넘어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대단한 경험이고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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