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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설국열차 유감 : 진부한 메시지와 캐럭터 설정의 난조를 보인 앞칸 영화

by *Blue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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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국열차 유감 : 진부한 메시지와 캐럭터 설정의 난조를 보인 앞칸 영화

 

- 본 영화 감상평에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영화평은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생각임을 밝혀둡니다.

다른 의견, 다른 생각을 존중하듯이 저의 개인적 의견도 그것대로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개봉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왔던 영화이니만큼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수도 있으나, 영화 관람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SNS 상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인 것 같더군요. 이러한 논란이 흥행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각설하고,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발 자신의 느낌이나 주장을 절대화해서 강요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니까요.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매도하는 것이 바로 '야만'입니다.

 

설국열차가 재미있느냐, 없느냐, 혹은 볼만하냐 그렇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당연히 '재미없다'에 한표 드리겠습니다. '재미없지만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는 평가도 단호히 거부합니다.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뭐 대단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총체적 난국인 대책없는 영화...  표현이 좀 과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저에겐 그렇습니다.

 

* 진부한 메시지

설국열차에서 봉준호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희망', 혹은 '투쟁이 아닌 상생'인 것 같습니다.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런 것이었다면 차라리 역사 다큐멘터리나 실제의 사건을 바탕으로 서사적 프레임안에서 봉감독 특유의 재능을 녹여내었으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런닝타임의 대부분은 각기 특색있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열차의 각 칸들이 하나씩 오픈되면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꼬리칸 사람들과 상위칸 사람들간의 유혈이 낭자한 살육 장면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영화 맨 마지막에 와서야 열차의 지배자 월포드의 고뇌에 찬 대사 달랑 몇마디와, 남궁민수(송광호 분)의 돌발행동으로 이 영화의 메시지는 관객에게 설파됩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영화의 거의 전부를 꼬리칸과 앞쪽칸의 계급투쟁으로 채우고 (그것도 칼과 도끼들고 날뛰며 서로를 난도질하는, 지극히 피상적인 장면들로 도배하면서), 맨 마지막에 정말 쌩뚱맞게도 열차문을 폭파하고, 다 죽고, 애들 둘만 살려 내보내는 설정을 보면서 이야기의 상상력 부족과 메시지의 빈약함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싸우지 말고, 모두가 살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자는, 너무 교과서적이어서 허망하기까지한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기 위해 두시간 넘게 죽고 죽이는 장면만을 봐야한다는 것이 참 답답했습니다. 메시지 자체도 진부할뿐 아니라, 그것을 이야기와 상황속에 담아서 풀어내는 방식도 너무 안이하고 부실했다는 생각입니다.

 

* 뭔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

설국열차를 호평하는 평중에 아마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멘트같습니다. 뭐,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쓸데없이 주제의식만 거창하거나, 잘 해석이 안되고 난해하거나, 영화를 보고 그에대한 해석을 따로 과외받아야 하는 영화는 '뭔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뭔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는 같은 감독이 연출한 '괴물'이나 '마더'같은 영화가 아닐까요...? (봉준호 감독의 '괴물' 바로가기 >> http://ellead.tistory.com/428).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인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설국열차가 저에게 생각하게 한 것은 내면을 성찰하고 깊은 울림을 돌려받는 것과는 아예 관련이 없는, 가령 ' 영화의 플롯은 지극히 단순한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개과정은 이것 집적 저것 집적 중구난방에 왜 이리 산만할까?', '아 저 장면은 내 머리로는 당최 이해가 안되는데, 디테일에 강한 봉감독이 뭔가 심오한 상징을 심어놓은 설정일까?'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감독의 세밀한 디테일에 열광하며 '봉테일'을 연호하는 영화팬들도 많지만, 디테일은 흔들리지 않는 뿌리와 든든하게 뻗어가는 줄기에 붙어있어야 할 '어떤 예쁘고 작은 잎들'일 뿐입니다. 꾸밈음만으로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없듯이 영화의 디테일은 그저 연출상의 잔재미일 뿐이죠. 빈약한 뿌리와 줄기에 잎만 기형적으로 무성한, 그래서 열매맺지 못하는 나무를 보는듯한 그런 허망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고 싶었을지 모르겠으나, 썰전에서 김구라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넘 무례하고 막말을 해서...ㅋ)가 말한대로 '관객을 가르치려 하는 것 같아 불편했다'는 평에 동의합니다. 다시 말하면 감독이 하고싶은 말이 대사나 등장 인물에 녹아들지 못하고 무슨 성명서나 교시처럼 일방적이 되면서 따로 놀았다는 것이죠.  

 

* 캐랙터 설정의 실패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개연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개연성이 확 떨어지는 장면들도 많죠. 열차 설계자라면 보안상 매우 중요한 인물인데 열차의 지배자 월포드가 송광호를 꼬리칸 근처에 처박아 둔 것이라든가, 마약인 크로놀이 사실 알고보니 요긴한 무기였다든지, 앞칸의 문들은 뭐 특별한 어려움도 없이 지극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잘도 열린다든지 하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지요. 하지만, 뭐 그런 것들이야 영화자체가 지극히 비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의 토대위에 세워진 것이니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정작 문제는 등장 캐랙터들의 허술하고 어설픈 설정입니다. 송광호가 연기한 남궁민수는 영화에서 존재감이 애매할 뿐 아니라, 다른 주요인물들과 유기적으로 호흡하지 못하고 따로 소외되어버린 느낌입니다. 뭔가 이질적인 이물감으로 인해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고 할까요?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송강호의 '빛나는 연기'라는 것도, 이전에 그가 숱한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팔팔 살아 숨쉬는 캐럭터 구현에 성공한 연기'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는 생각이구요...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메이슨 총리 역시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타도되어야 할 지배계급의 2인자라면 당연히 갗추어야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 악마성, 권력의지는 눈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고, 그저 별볼일 없는 나약한 기회주의자의 천박한 속성만을 부각하여 총리는 고사하고 최하위 말단 공무원정도로밖에 볼 수 없는 한심한 인물로 묘사되어 버렸습니다. 권력 2인자가 직접 꼬리칸 사람들앞에서 그렇게 무식하고 노골적으로 '너희는 꼬리칸, 우리는 앞칸'을 메가폰들고 외치는 장면은, 계급투쟁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창조라는 무겁고 거창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이 영화의 진지함을 스스로 훼손하는 경망스러움을 드러낸 것입니다. 결국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안되어 권력의 한 축이어야할 총리는 특별한 사건도 없이 흐지부지 영화에서 사라져버리고 다시 피비린내나는 서로간의 살육장면만이 영화의 거의 마지막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 앞칸 영화

설국열차는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치고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된 영화입니다. CJ 앤터테인먼트에서 투자하고 배급하는 영화죠. CJ 의 막강한 배급력을 바탕으로 한 무차별적인 상영관 몰아주기와 마케팅 공세에 힘입어 설국열차는 순조로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개봉초부터 무려 1000 개가 넘는 스크린을 독점해서 설국열차를 틀어대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이니 흥행이 안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되겠죠. 막강한 배급망을 통해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은 좀 도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급투쟁과정중 꼬리칸 사람들의 고난과 욕망을 부각시킨 영화 설국열차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그것을 지키려고 애쓰는 앞칸 사람들과 닮은 '앞칸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영화는 재미나 작품성, 그리고 그에따른 관객의 호응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것이지만, 그전에 상영의 기회, 평가받을 기회는 공정하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거대 자본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영화계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의미있고 좋은 영화들이 상영기회마저 빼앗긴다면 그것은 건강하지 못한 것이고 한국 영화나 관객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입니다. 차제에 이러한 독과점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자정 노력과 함께 스크린 독과점 방지법이라도 제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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