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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아버지는 나의 우상

by *Blue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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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릴적 아버지는 내게 우상이었다.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모든 지식의 저장 창고였고,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그 무엇이었다. 아빠, 호랑이보다 아빠가 더 쎄지?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자랑스러움은 그러나 조금씩 U턴하기 시작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이러한 현상은 아빠에서 아버지로 호칭이 바뀌는 시기에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빠는 모든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가지고 계셨던 반면, 아버지는 놀랍게도 지구의 자전축이 몇도로 기울어졌는지 알지 못하셨고, 이차함수에서 x절편과 y절편 구하는 법을 이해하지 못하셨다. 아버지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그것이 큰 문제는 아직 아니었다. 아버지는 낚시대에 추를 매달거나 미끼 끼우는 법을 내게 가르쳐 주셧고, 낯선 곳에서도 놀랍도록 빨리 목적지를 찾아내시곤 하셨다. 남들만큼의 사춘기와 반항기를 겪으면서 고등학생이 된 나는 그만큼 아버지와 소원해지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내게 있어서 아버지는 여전히 사려깊은 조언자였고 노련한 교사였다. 이러한 아버지와의 관계에 또한차례의 질적 변화가 온 것은 고등학교를 마치면서부터로 생각된다. 그즈음 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아버지와 같은 업에 종사하게 된 것이다. 이쯤에서 나는 묘한 흥분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일종의 경쟁심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아무런 근거없이 자신과 주변의 상황에 대해 낙관했다. 세상이 만만해보이고 모든 일을 아버지보다 훨씬 더 잘 할 것 같았다. 허세와 자만.. 이십대를 그렇게 보냈다.  이제 나는 삼십대를 보내고 마흔의 문턱을 넘어섰다. 그 동안 결혼을 했고 세상에 이리저리 치이며 정신없이 살았으며 문득 돌아보니 천방지축 두 아들놈의 애비가 되어 있었다. 캔 렌더즈라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남자가 마흔이 되면, 아버지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그는 계속 말한다. “남자가 오십이 되었을 때 :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셨는가를 미처 알지 못했던 게 후회스럽다. 아버지로부터 더 많은 걸 배울 수도 있었는데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다행히 나는 아직 오십이 되지 않았고 다행히 나의 아버지는 아직 내 곁에 계시다.
너무나 감사하다.
이제 다시 아버지는 나의 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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