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볼만한 곳> 길상사 : 천주교 신자가 만든 관세음보살상이 있는 절
길상사의 모토는 '맑고 향기롭게'이다. 사찰 여기저기에서 구호처럼 이 문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길상사는 이 문구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와 사연을 가진 곳이다. 요정, 불같은 사랑, 화려한 사교계, 종교에의 귀의... 소설보다 더한 스토리 텔링이 있는 곳이다.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유명한 요정이었다. 이 고급 요정을 운영하던 김영한이 법정스님의 무소유 철학에 감명받아 대원각 전체를 시주한다. 고관대작들의 밀실정치와 야합, 온갖 욕망의 상징이었던 대원각이 세속의 고단함을 어루만지는 길상사라는 사찰로 탈바꿈하는 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은 김영한의 파란 만장한 삶, 시인 백석과의 순수하고 가슴 아픈 사랑, 법정 스님과의 인연들은 드라마틱하면서도 가슴 한쪽이 서늘하고 아름답다.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는 사찰, 길상사는 서울 한복판 성북동에 있다.
길상사 입구 일주문
삼각산 길상사라고 쓰여있다.
일주문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안내판
왼쪽 방향으로 극락원, 지장전, 진영각
오른쪽으로는 설법전, 길상보탑
뒤에 보이는 건물이 극락전이다.
길상사의 관세음보살상
사실 길상사를 찾은 이유의 반이상은 이 관세음보살 때문이다.
종교간의 화합을 위해 천주교 신자 최종태가 조각하였다.
2000년 4월의 일이다.
본전에 해당하는 극락전
사진 속 멋진 나무는 느티나무이다.
극락전을 등지고 서서 왼편으로는 범종이 있는 범종각 (첫번째 사진)
오른편으로 동자승 조각 (가운데 사진)과
작은 출입구를 나와서 극락전쪽을 찍은 사진 (맨 아래 사진)
특히 아래 출입문은 절집에서는 흔히 볼수 없는 구조로
이곳이 요정이었음을 새삼 일깨워 준다.
(사찰 전문가가 아닌 개인의 생각이니 혹 틀렸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스님의 처소
이러한 거주 공간들이 사찰 곳곳에 많다.
경사진 계곡 한쪽에 부처님이 앉아 계신다.
돌로 만들어 모신 반가사유상...
가까이서 보면 미소가 따뜻하다.
길상화 김영한 공덕비와 길상헌
그녀가 평생을 사모했던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시 속의 나타샤는 길상화이다.
사찰 곳곳에 마련된 나무의자와 탁자
돌계단으로 이어진 야트막한 언덕위에 아담한 건물이 보인다.
진경 산수화속의 눈꼽만큼한 작은 인물처럼
이 사진에서도 누군가 계단을 오른다
(근데 패딩 점퍼 차림이기는 하다, ㅋㅋ)
다가가서 보니 더 아름답고 고즈넉한 한옥이다.
특히 돌계단 위에 세운 출입문이 멋스럽다.
들어가 본다...
이 곳이 진영각이다.
법정 스님이 머무셨던 곳이다.
아직 차가운 날씨지만, 담벼락에 내려앉은 햇살이 따뜻하다.
진영각을 보고 휘휘 돌아
다시 범종각이 있는 극락전 쪽으로 내려왔다.
다시 한번 관세음보살상을 만난다...
승복을 입고 허적허적 걸어가는 스님의 뒷모습
마리아를 닮으신 보살님은 말이 없다.
왼손으로 꼭 안은 병속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길상보탑
칠층으로 된 석탑으로
설명을 읽어보니 조선 중기의 탑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기업가 백성학 회장이 기증하였다.
길상사 조감도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강남보다 강북이 좋아진다. 왠지 마음이 편하고 정겨운 느낌...? 서울의 삼각산 아래, 성북동에 있는 절집 길상사가 좋은 것도 그런 느낌 때문이리라. 유혹과 쾌락의 요정이 번뇌를 내려놓는 공간이 되는, 지고지순한 슬픈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길 간절히 염원하는, 종교간의 차이보다는 닮은 점을 믿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세운 절, 그 곳이 바로 길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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