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맛집> 팔팔 회센터 : 대게 세트
대포항은 참 오랜만이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니 아마도 족히 이십년은 훌쩍 넘었지 싶다. 그때는 지금처럼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한계령이나 미시령 옛길이 주로 이용되었는데 대포항은 속초를 떠나 막 설악산 산길로 접어들기 바로 전에 있는 이정표 같은 곳이었다. 당시에도 작은 항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어마무시하게 개발이 되기 전이었고, 생활력 강한 아주머니들이 부두 바닥에 간이로 난전을 펼쳐놓고 생선회나 멍게등을 직접 썰어서 팔던 모습이 기억에 새롭다. 이번에 가보니 아예 그런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고 관광객 위주의 횟집들과 호텔, 팬션이 난무하는 번화가로 변모해 있었다. 아쉬운 마음도 있으나 어쩌겠는가. 그렇게 사는 곳의 모습도 바뀌고 시간도 가는 것인데, 이걸 굳이 거부하고 고집부리는 것도 우스은 일이다. 시내쪽이나 동명항 쪽으로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화려하게 바뀐 대포항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 멀리가지 않고 고른 곳이 팔팔 회센터라는 곳이다.
처음 나온 조갯국
시원하고 좋았다.
원색의 플라스틱 용기들
처음에는 좀 당혹스러우나 곧 적응이 된다.
오징어회, 멍게
전복과 꽃새우
모듬회
숭어, 우럭, 방어...?
물회
각종 튀김
대포항에는 많은 튀김집이 있다.
아마도 그곳에서 공수받는듯...
대게
먹기좋게 잘 손질되었다
아주 맛있다
매운탕
게딱지에 담아먹는 게장볶음밥
나한테는 조금 싱거웠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 집을 선택한 것은 다른 후보 음식점에 비해 그래도 좀 덜 상업적으로 보이고 더 아담했기 때문이다.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었지만, 대포항의 횟집들은 아마도 가격이나 구성이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한가지 잘하는 메뉴를 가지고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옵션으로 무장한 다양한 세트메뉴를 준비한 것이 좀 아쉽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속초에 대게를 맛보러 온 것이니 그것이 세트건 단일메뉴건 사실 큰 상관은 없다. 음식들이 대체로 맛있고 재료도 싱싱해서 즐겁게 잘 먹었다. 물회는 보아하니 이 집 주인장의 자부심이 묻어있는 메뉴인것 같다. 나같이 물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주로 먹었던 달콤하고 톡쏘는 (사이다 넣어서) 물회와는 확실히 달랐다. 매운탕도 횟집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그런 전형의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물론 이것이 내 입맛에 아주 맞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좀 낯설었다. 그러나 자꾸 먹게된다면, 지금은 아니지만 꽤 친해질 수 있는 맛이라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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