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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원도

<강원도 정선> 사북역과 사북읍

by *Blue Note*

<강원도 여행> 사북

어쩌다보니 대학을 졸업한지가 한참 되었다. 정확한 졸업시기를 밝히지 않은 건 이 블로그가 내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장이나 비망록으로서의 기능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정보를 나누고 소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신상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어쨌거나 대학 졸업한지는 '한참'이라고 표현하기가 무색할만큼 상당히 오래되었다. 오년전에 대학 동기들끼리 졸업 몇주년 기념, 뭐 이런 비슷한 이유를 들어 여행을 다녀온 이후 이번에 다시 뜻을 모아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 모임 바로 직후로 잡아두었던 해외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예약한 에어 프랑스에서 파업을 하는 바람에 출국 비행기편을 급히 변경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예정보다 하루 일찍 출국으로 스케줄이 잡혔다. 어쩔수 없이 동기들과 일정을 함께 소화하지 못하고 나만 먼저 귀경해야했다. 숙소는 정선의 강원랜드 하이원 리조트였는데 가장 가까운 역이 사북역이어서 태백선 무궁화호 열차를 아침 일찍 예약했다. 택시를 타고 역앞에 도착하니 아직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남는 시간을 그냥 어슬렁거리며 걸어보기로 했다. 아주 옛날 기억이 희미했다.

이른 아침의 사북역

 

사북역은 조금 높은

언덕길에 있다.

아래로 사북읍이 내려다 보인다.

 

조용하다.

그런데 온통 상점과 노래방

모텔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더 기괴하다.

 

사북읍 중심을 개천이 흐른다.

지도상에서 이름을 찾아봤는데

확인이 되지 않는다.

 

다시 읍내 풍경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산하다.

 

법적 분쟁중인 건물을 지나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면

노란색 벽의 사북역 건물이

다시 나타난다.

 

사북역

 

나를 태워다줄

청량리행 무궁화 열차가 들어온다.

사실 사북읍은 1980년에 사북사태 (지금은 사북 노동항쟁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일어난 곳이다. 그만큼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라는 의미다. 이곳은 급격한 산업개발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그로인해 희생해야 했던 광부들과 그 가족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그리고 이제는 카지노로 대표되는 욕망과 좌절의 현장이 되었다. 삼십대초반 어디쯤에 나는 약 두세달간 원주에서 새마을호 (얼마전 없어졌다)를 타고 사북역 바로 옆에 있는 고한역에 매주 왔었다. 그때는 아직 강원랜드가 들어서기 전이라 사북, 고한 일대는 쇠락한 폐광의 분위기로 음울하고 무기력했다. 이제 참으로 오랜만에 사북역에 서보니 외형상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이 일대를 짓누르는 무거운 중압감은 별로 변하지 않은 듯 하다. 아마도 휴일날 이른 아침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별 이유없이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 거기서 오래 살았거나 개인적으로 대단한 사건이나 경험을 하지 않았어도 말이다. 사북은 나한테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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