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 : 승탑과 탑비

국립중앙박물관: 아름다운 승탑과 탑비들

국립중앙박물관 본관건물의 한쪽 벽면을 따라 조성된 야외전시장에는 부도, 탑비들이 즐비하다. 부도는 승탑이라고도 하는데 부처의 사리를 모신 것이 불탑이라면 승탑은 고승의 사리를 모셨다는 점에서 다르고, 불탑과 비교해서 규모, 모양도 다르다. 탑비는 승려의 생애를 기록해 놓은 비석을 말한다. 이들 석물들이 별차이 없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도 조금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살펴보면 제작 시기, 기법등에서 각각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부도와 탑비는 유난히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경우가 많은데, 예술적 가치나 제작방식이 뛰어나서인 점도 있지만, 이 석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가 명확하고 제작 연대도 매우 정확하게 적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중요한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본관옆 야외전시장의 승탑들

거돈사 원공국사 승묘탑고려, 1018-1025년 보물 190호. 원광국사 지종의 묘탑으로 통일신라 전형승탑의 형식을 이어받아 단정하고 비례미가 뛰어나다. 탑신 정면 문위에 탑이름을 새긴 점, 탑신에 꽃띠 장식을 한 것등은 고려시대에 새롭게 시도된 것이라고 한다.

충주 정토사 홍법국사 탑비. 고려 1017년, 보물 359호. 받침돌에 거북머리대신 용머리를 조각하는 것은 나말여초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충주 정토사 홍법국사 탑, 고려 1017년 이전. 국보 102호. 신라의 탑형식인 팔각형을 기본으로 하면서 도공을 십자로 묶은듯한 몸돌은 고려초기의 새로운 시도이다.

흥법사 진공대사 탑과 석관. 고려 940년. 보물 365호. 신라 신덕왕과 고려 태조의 왕사였던 진공대사 충담의 묘탑과 석관이다. 승탑의 기단 중대석은 원통형에 구름과 용무늬가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다. 이 탑과 함께 발견된 석관을 통해 고승의 시신을 화장뿐만 아니라 매장도 했음을 알 수 있다.

보리사 대경대사 현기탑비. 고려 939년 보물 제361호. 받침돌의 머리가 용머리로 조각되어 있는 나말여초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머릿돌의 구름과 용이 매우 생동감있게 조각되었다.

봉림사 진경대사 보월능공탑, 통일신라 923년. 보물 362호. 팔각지붕, 날씬한 몸체는 승탑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꽃띠를 두른 북 모양의 중대석은 같은 시기 석등에서도 보이는 형식중 하나라고 한다.

염거화상탑. 전 원주 흥법사지. 통일신라 844년. 국보 104호. 팔각집 모양에 사천왕등의 부조상을 새긴 아름다운 승탑이다. 대표적인 전형승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야외전시장은 고승들의 승탑과 탑비를 비교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전시공간이다. 그냥 지나치며 훑어보기엔 그 예술적 아름다움과 가치가 너무나 크다. 국립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된 석조물중에 승탑이나 탑비가 아닌 석등이 유일하게 하나 있는데 고려 현종때 만든 현화사 석등이 그것이다. 아쉽게도 보존처리를 위해 옮겨져 있어서 실견하지 못했다. 크기가 상당한 이 석등은 팔각 불발기집(화사석) 대신 사각으로 되어 있으며 불빛창 (화창)이 따로 없이 사방으로 틔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 방문때는 잘 보존처리된 모습으로 만날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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