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볼만한 곳> 트레비 분수 / 스페인 광장
역사적 명소나 관광지, 유물에 얽힌 재미있는 내력이나 일화는 맛있는 음식에 더해지는 양념같은 것이다.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해서 관광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이 양념이 너무 강조되어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도 마찬가지다. 트레비 분수를 등지고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가장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재미난 속설에는 방문객의 잔잔한 희망를 살짝 도발하는 재치와 함께 로마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문화적 자부심도 숨어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스페인 광장은 또 어떤가. 영화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광장 계단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이미지는 스페인 광장을 규정하는 일종의 정체성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우리가 또한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사실은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은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양념은 재료의 맛이 잘 발현되도록 도와주는 말 그대로 '양념'이다.
인산인해
분수는 보이지도 않는다
겨우 인파를 뚫고
최대한 근접하여 찍은
트레비 분수의 사진
가장 사랑받는 로마의 분수답게
과연 장대하고 멋진 모습이다.
관광객은 넘쳐나고
분수앞 차도는 협소해서
더욱 복잡하다.
여기선 분수뿐 아니라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트레비 분수를 떠나 조금 걸었다.
멀리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스페인 광장이다.
트레비 분수보다는
분위기가 한결 편안하다.
아마도 느긋하게 앉아 쉴 수 있는
돌계단 때문일 것이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건물은
트리니타 데이 몬티 교회(Chiesa della Trinita dei Monti)
돌계단에서 내려다본 광장
광장 중앙에는
바르카치아 (반쯤 잠긴 배) 분수가 있다.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은 너무 유명한 곳이라 현장에 있으며서도 이미 이전에 와본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이 곳의 유래와 조각가 베르니니를 들먹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미 인터넷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진과 설명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괜히 별 도움이 안되는 정보를 올리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저 지난 여행을 기록하고 일기처럼 갈무리해 두고 싶은 마음으로 정리하고자 했다. 여담이지만 블로그에 글을 올릴때 신경쓰이는 것이 내 사진에 찍힌 사람들 얼굴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초상권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블로거들이 자신이 찍은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가리는 수고로운 작업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환경이 좀 불편하다. 나로 말하자면, 내 얼굴이 찍힌다고 해서 내 권리가 침해되거나 기분이 상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많이는 아니지만 몇몇 외국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왕이면 멋지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하는 친구도 있고... 나쁜 의도로 사용되지만 않으면 결국 그런 것에 무관심하다는 얘기다. 여행 사진에 담긴 사람들 표정을 다 지우거나 가리고 올려야 한다면, 그냥 안내 홈피에 있는 관광지 사진을 올리면 될 일이지, 굳이 힘들여 따로 촬영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국민들이 너무 이런데는 예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유없이 따지는 것과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을 구별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의도하지 않게 자신을 향한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어주는 외국인들이 부러울 때가 있어서 하는 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