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영천 은해사 괘불탱 : 꽃비 내리다
국립중앙 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사찰에 보관되어 있는 괘불들을 전시하는 기획 특별전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경북 영천 은해사의 괘불은 열 다섯번째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는 괘불탱이다. 은해사 괘불은 1750년에 제작된 길이 11미터의 대작이다. 특이하게도 이 괘불에는 석가모니불 한분만 등장한다. 주변으로는 아름답고 꽃과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 새들이 가득하다. 전시회가 <꽃비 내리다>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를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엄청난 크기의 괘불탱
국립박물관에는 십미터가 넘는 괘불을 걸어서 전시할 수 있는
전용 전시 공간이 이렇게 마련되어 있다.
사진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한눈에 담기에 벅찬
길이 11미터의 거대한 화면이 펼쳐진다.
은해사 괘불은 보총과 처일이라는
두 승려가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뾰족하게 솟은 육계가 인상적이다.
이전에 국립박물관에서 전시했던
옥천사 괘불, 마곡사 괘불과는 또 다른 개성을 가진 부처님의 모습이다.
보물 제 1270호
구성에 있어서 다른 괘불과 다른 점이라면 오직 한분 부처님으로 화면의 거의 전면을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즉 주변으로 다른 보살이나 협시불을 세우지 않은 것이다. 대신 '염화시중'을 연상시키듯 주변에 아름다운 꽃들을 배치하였다. 꽃그림 외에도 이 괘불의 특징중 하나는 테두리에 있다.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는 81개의 붉은 원에는 고대 인도의 문자인 범자가 새겨져 있다. 범자들이 뜻하는 것은 불교의 주문, 즉 진언이다. 이 신비로운 주문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옴마니반메홈'이라는 진언도 있다고 한다 (괘불 하단 오른쪽 범자). 불화에 범자와 진언을 넣는 것 또한 불화속에 모신 부처님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었다고 하니 그 종교적 염원과 정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앞서 괘불의 주인공이 석가모니불이라고 했지만, <아미타불의 극락에는 꽃비가 여섯번 내리며 온갖 새들이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불경의 내용으로 미루어 은해사 괘불이 극락 정토에 있는 아미타불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괘불속 꽃비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향한 공양 같기도 하고, 아미타불의 극락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 같기도 하다>는 해설이 과연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각자의 마음으로 부처를 바라보면 될 일이다. 석가든 아미타불이든 그건 그리 중요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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