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3가 낙원동 맛집> 북한 전통음식 전문점 : 능라밥상
우리에게 익숙한 북한 음식들은 꽤 있다. 평양냉면, 순대, 어복쟁반 등등... 하지만 북한의 전통 음식은 그보다도 훨씬 다양하다. 다만 우리가 잘 모를 뿐이다. 평양 온반, 함경도 가릿국밥, 해주 비빔밥, 숭어국.... 오늘 소개하는 능라밥상은 탈북민 출신인 이애란 박사가 운영하는 북한음식 전문점이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탈북여성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일종의 공동체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어 방문하게 되었다. 간판, 실내 매장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종로 3가 허름한 건물 2층에 있다. 특별히 인테리어를 꾸민 구석은 없고 한쪽 벽면으로 북한산 술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치자 온갖 북한 음식들에 대한 설명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었는데, 처음 보는 메뉴들이 태반이었다. 고민 끝에 녹두지짐, 감자만두, 찹쌀순대, 개성 무찜을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거의 대부분 안주거리들만 주문한 셈인데 바로 직전에 근처에서 식사를 잘하고 온 터였다. 궁금했지만 이 날 못 시킨 다른 음식들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다.
상차림 / 깍두기, 콩나물 무침, 백김치... 다 맛있다. 특히 콩나물 무침에서는 깊은 내공이 묻어난다.
가자미 식해 / 가자미를 갈아서 쓰지 않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내서 바로 식해를 만들었다.
녹두지짐
감자만두 / 속은 이북 음식답게 심심하고 피는 아주 식감이 좋다. 매력있다.
찹쌀 순대 / 쫀득한 식감인데 나한텐 다소 싱거웠다. 새우젓이나 가자미 식해와 곁들였더니 기대 이상으로 케미가 잘 맞았다.
개성 무찜 / 무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돼지고기, 소고기, 야채를 육수와 함께 끓여낸다.
능라 밥상의 메뉴들은 다양했지만, 특징적인 공통점이 있었다. 역시 담백하고 심심하다는 것... 순대든 탕이든 달고 짜고 하는 자극적인 맛은 없다. 그래서 질리지 않고 계속 음미하며 먹는 즐거움이 크다. 주문한 음식 중 가장 생소했던 메뉴는 개성 무찜이었다. 이름처럼 개성 음식인가 본데 꽤 중독성이 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함께 들어가 있고, 육수의 맛도 오묘하다. 이름처럼 무가 많아서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 육수가 특징인 어복쟁반과는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어복쟁반보다는 국물이 많이 강조되는 반면, 무국보다는 고기가 많아서 안주감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 집을 재방문해야 할 이유는 많다. 그래도 두 가지만 꼽아보라면 첫째 아직 못 먹어본 메뉴를 먹어봐야 하고, 둘째 이 날 먹어본 메뉴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한 번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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