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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한식

<성수 맛집> 미도림 : 한식 와인바의 새로운 시도

by *Blue Note*

<성수동 뚝섬역 맛집> 미도림 : 한식 와인바

 

요즘 들어 특히 음식점 분류가 애매하고 의미 없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한식, 중식, 양식의 구분이 없어지고, 음식점인지 주점인지도 명확치 않은 것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미도림>은 와인바를 표방한다. 그런데 이 집의 안주거리는 한식이다. 하지만 그게 와인과 전통 한식의 조합이 아니라 한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메뉴를 개발한 것이어서 이게 좀 복잡해진다. 그냥 쉽게 한식 퓨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규정해놓고 보면 뭔가 마땅치 않은 느낌이다. 그 이유는 뭘까. 막회, 맥적, 비빔국수, 장어 솥밥에 루꼴라, 딜, 토마토 커리소스가 들어가니 혼란스럽다. 기장떡에 발라먹는 닭간 파테는 또 어쩔 것인가, ㅋㅋ. 메뉴 이름만 들어도 한껏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도 앞서는 것이 사실이었다. 어쨌든 이곳은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소위 말해서 '핫한 곳'이라고 한다. 

실내는 좁은데, 창가 사이드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이 집에서는 가장 좋은 뷰인 듯 하다. 

 

메뉴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 궁금증을 자아낸다. 가능한 여러 메뉴를 먹어보자 생각했다. 

 

감자조림 / 일종의 오토시다. 우리 음식에는 이런 개념의 메뉴가 없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단어도 없다. 일본의 오토시, 프랑스로 치면 어뮤즈 부쉬인데 스페인 타파스 (혹은 이탈리아 브루스케타)도 이런 개념에 들어가는지는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없는 오마카세라는 개념을 '맡김 차림'이라는 멋진 우리말로 풀어낸 음식점에 간 적이 있는데, 이 오토시도 우리말로 누가 멋있게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와인 하나 시켰다. Il Raglio 어쩌고 하는 내추럴 와인이다. 맛은 잘 모르겠고 (내추럴 와인답게 산미가 강하다), 꽤 비싸다. 와인 리스트에는 기본 설명과 함께 각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이 집의 메뉴들이 안내되어 있다. 이거는 참 마음에 든다. 마리아쥬를 신경 써준 배려 덕분이다. 물론 이 설명이 실제로 얼마나 잘 맞느냐 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긴 하다. 각자 취향의 문제도 있고 말이다. 

 

묵은지와 딜을 곁들인 막회 / 이 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메뉴다. 막회는 숙성이 적당히 잘 되었고 묵은지 시금치와의 조화도 훌륭하다. 

 

미도림 내부 / 아담한 크기다. 외관은 찍지 못했는데, 정말 허름하다. 이걸 요즘은 힙하다거나 빈티지라고 하는가본데 사실 이런 미적 감성은 내 취향은 아니다. 

 

닭간 피테와 기정떡 / 토스트처럼 구워낸 것이 떡이라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닭간으로 만든 파테를 발라 먹으니 나름 고소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재미있는 구성이다. 

 

떡갈비와 마늘쫑 비네그렛 / 나쁜 의미로 '이 집의 가장 퓨전스러운' 메뉴라고 생각한다. 그냥 우리식으로 구워낸 떡갈비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와인도 내추럴 와인이다. 가볍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 외엔 맛과 향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루꼴라 로제 닭갈비 / 역시 그냥 퓨전스러운 느낌이고 맛도 그렇다. 

 

요즘 잘 나가고 예약하기 어려운 음식점들의 특징을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대규모 매장은 일단 아웃... 아담한 매장 분위기에 레트로 감성을 차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거기에 젊고 열정적인 세프가 있어야 한다. 메뉴는 보기에 좋고 앙징맞은 특별한 비주얼이 필요하다. 고깃집의 경우는 특별한 소금이나 양념, 퓨전 한식이나 양식에는 가니쉬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이런 조건들을 <미도림>은 대체로 충족하고 있는 듯하다. 요즘 뜨고 있는 성수동의 힙한 분위기, 여기에 한식 와인바라는 포지셔닝도 나쁘지 않다. 실제로 메뉴 중에 묵은지 막회는 아주 훌륭하다. 의외로 와인과 마리아주도 나쁘지 않다. 아쉬운 점은 아직 메뉴들의 완성도나 수준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메뉴 개발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은 내가 감히 언급할 성질이 아니어서 쉽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례한 일이다. 다만,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메뉴보다는 내 마음을 쏙 빼앗아간 막회같은 훌륭한 메뉴를 많이 만들어 달라는 당부다. 가격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와인은 좀 비싸고, 특히 너무 내추럴 와인에 집중되어 있어서 아쉽다. 한식 와인바를 표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와인을 구비하고 좀 더 전문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와인에 대한 가격 정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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