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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 문화재

<호림 박물관 특별전> 공명 : 2부, 자연을 품다

by *Blue Note*

<호림 박물관 전시> 공명 : 자연을 품다...?

 

이번 <공명>전의 2부 제목은 <자연을 품다>이다. 전시장 입구에 이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솔직이 잘 와닿지는 않는다. 우리 서화의 전통이 자연에 인격을 부여하고 이를 시각화, 상징화하는 특성이 있다, 뭐 그런 설명을 하면서 사군자, 서예 등을 예로 들었는데, 그보다는 전시된 개별 작품들에 집중해서 감상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생각했다. 주제를 설정하고 작품들을 거기에 무리스럽게 끼워 맞추는 것이 작품 이해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2부 전시실에 아마 가장 많은 유물, 작품이 있었던 것 같다. 조선의 고서화는 물론이고 근현대의 작품들도 빼어난 명작들이 즐비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2부 전시실 초입 / 분청사기, 윤형근, 박서보의 작품들이 보인다.

 

윤형근, 청색, 1972, 개인 소장

 

 

박서보, 묘법 No.971121 

 

조희룡의 매화그림과 우측에 추사의 글씨도 보인다. 조희룡을 가차없이 비판했던 추사는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조희룡, 석매도, 19세기 / 과연 그의 매화는 천하일품이다. 

 

김정희, 소원학공자, 19세기

 

최북, 사군자화첩, 18C 

 

최북, 사군자화첩 / 정말 아름답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본 사군자 중 최고다. 

 

김종영 (작품68-1, 1968, 작품76-8, 1976)의 조각과 김정희의 <목지필화 화지필실>을 함께 걸어 전시했다.

 

이하응, 석란도, 1887년 / 그 유명한 소위 '석파란'이다. 

 

백자 철채 통형 병, 조선 19세기

 

윤형근, 청다색, 1984, 개인소장

 

목재 서안, 조선 19세기

 

김정희의 글씨와 이하응의 매화가 같은 공간에 걸려있다. 대원군 이하응은 김정희에게 매화 치는 법을 배웠다. 

 

유덕장, 묵죽도 8폭 병풍, 18세기 / 유덕장은 이정, 신위와 함께 조선 3대 묵죽화가로 인정받는다. 누가 정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백자철화 죽문병, 조선 17C & 백자 철화 죽문 호, 조선 17C / 전시실 맨 끝에 있던 철화 백자들이다. 청화와는 다른 쌉싸름한 맛이 있다.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있어서 사군자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선비의 이상을 상징하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군자가 그려졌고, 난초는 누구, 매화는 누구, 또 대나무는 누구누구가 최고라는 평가와 찬사가 이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최북은 사실 불우한 삶을 살다 간 천재였다. 산수화에 뛰어나고 메추라기 그림을 잘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내가 아는 한 사군자로 이름을 알린 것은 아니다. 그가 그린 사군자가 남아있는 지도 이번에 알았다. 하지만 그의 화첩 속 사군자는 소품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아름다웠다. 선비의 절개, 의지, 이상, 이런 건 솔직히 못 느꼈다. 그냥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거면 나한테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솔직히 말하면 그림에서 어떤 이념이나 인격적 고고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 아주 한참을 그의 사군자 화첩 앞에 서 있었다. 자기파괴적 성격의 중인 계급의 화가, 최북을 만나는 자리였다. <자연을 품다>같은 전시회 소주제는 이미 내 안중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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