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집/한식

<울릉도 맛집> 향우촌 : 약소구이 / 육회

by *Blue Note*

<향우촌> 약소 예찬 : 한우의 새로운 발견

 

처음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도 약소 구이를 먹었었다. 약초를 먹여서 키운 울릉도 약소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데다, 육지의 한우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때의 약소 구이는 정말 별로였다. 문제는 잘못된 곳을 방문했다는 데 있었다. 나리분지에서 산채 정식을 잘 먹고 나서 주인장에게 약소 구이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이게 좀 문제가 있었다. 한적한 시골 마을 골목에 숨어있는 집을 소개한 것까지는 뭐 괜찮았는데, 이 집이 약소 구이 전문점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냉장고에 얼려 놓은 고기를 내왔고, 그마저도 직화가 아닌 불판에 볶아 먹었으니... 약소라고 먹기는 먹었으되, 약소를 먹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 방문에는 아예 인터넷에서 많이 언급되는 곳 두 곳을 추린 후에 막판에 도동에 있는 향우촌이라는 곳을 낙점했다. 

향우촌

도동에 있다.

 

내부는 오픈 주방의 형태다.

직접 한우 농장을 운영한다고...

 

전형적인 울릉도식 상차림

 

 

구이용 약소 

 

찍어놓고 보니 참 볼품은 없다, ㅋㅋ.

사진들 촛점도 엉망이고...

하지만 다양한 부위는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같이 다 훌륭하다.

 

궁금해서 주문해본 약소 육회.

색깔이 진해서 호기심이 더했다.

약소의 개성이 잘 나타난다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먹어본 육회와는 상당히 다르다.

아주 훌륭한 쪽으로 다르다.

씹을수록 우러나는 맛이다. 

 

엉겅퀴가 들어간 된장찌개

별미다.

 

이 날 향우촌에서 약소 구이와 육회를 먹어보고, 울릉도 음식의 대표 브랜드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먹어봤지만 약소 본래의 질감과 풍미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소위 말하는 마블링의 프레임을 과감히 벗어난 새로운 맛의 지평을 열어젖힌 느낌이다. 기름 줄줄 흐르는 얕은 맛이 아니라 단단한 고소함이다. 육회 또한 달달하고 부드러운 식감이라기 보다는 씹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조직감이 뛰어나다. 은은한 육향 또한 일품이다. 울릉도 약소는 우리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토종 한우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름이 반 이상되는 일본의 와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다 (물론 개인적 생각이다). 개인적 취향을 고려한다고 해도 약소는 맛의 깊이와 여운, 풍미, 식감 등 모든 면에서 발군이고 윗길이다. 재료는 말할 것도 없고, 고기를 숙성시키고 잘 손질해서 마지막 내올 때 제대로 썰어내는 내공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집은 직원들의 경쟁력도 뛰어나다. 나이 지긋하신 직원분들에게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은 느낌이다. 식사로 나온 엉겅퀴가 들어간 된장찌개까지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완벽했다. 이런 곳이 내가 사는 곳에 없으니 애석할 뿐이다. 울릉도를 다시 찾아야 하는 많은 이유중에 향우촌도 들어가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