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맛있는 음식점> 서영 홍합밥
대구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연고가 전혀 없다. 내가 과문한 탓이기도 하겠으나, 대구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 풍광이 빼어난 곳도 아니다. 관광객이 몰릴만한 지역 특성이 없으니 특별히 방문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고... 이번에 경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중간 경유지로 대구를 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인성의 그림에 등장하는 계산성당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두 번째는 경주에 도착하기 전 점심을 어디선가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구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이 없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서영 홍합밥>에 대한 포스팅이 꽤 많았다. 울릉도에서 먹어 봤던 홍합밥에 대한 경험이 나쁘지 않았기에 아무 고민없이 이 집으로 정했다. 대구에서는 유명한 곳이었고, 대기는 기본이라는 정보에 따라 오픈 시간 전 도착을 목표로 열심히 고속도로를 달렸다. 다행히 거의 첫 손님으로 기다림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점심이라기 보다는 아점이었다, ㅋㅋ.
서영 홍합밥
계산성당 뒤쪽에 있다.
이 동네가 약령길,
약방골목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자리 잡고 방안에서
대문을 향해 한장 찍었다.
근대 한옥집이다.
아담하고 편안하다
밑반찬...
내공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녹두전
배추 된장국
담백하고 시원하고...
진심으로 맛있다.
홍합밥
고운 색감에 마음이 설레는, ㅋㅋ
청양고추 (땡초)가 들어간
간장 양념장을 조금 넣고...
정성스럽게 비볐다.
고슬한 밥알과
군데군데 홍합들...
까만 김가루와 초록 파
한 그릇 잘 비웠다.
행복하다.
맛있게 잘 먹었다. 그런데 그냥 맛있었다라고만 하기엔 좀 부족하다. 무슨 문화 체험을 제대로 한 것 같은 기분 때문이다. 툇마루와 조촐한 마당이 있는 근대식 한옥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밥을 먹었다. 손맛 가득한 밑반찬, 천하일품인 배추 된장국, 화려한 색감의 홍합밥까지... 미각뿐 아니라 뇌와 가슴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홍합밥은 화려한 비주얼에 비해 심심한 맛이었다. 그런데 그 심심함이 품위를 더해주는 그런 심심함이다. 잘 만든 평양냉면에서 느껴지는 맛이다. 양념장을 조금 넣으면 쌉쌀한 고추 향이 올라오는데 압권이다. 줄 서서 기다렸다가 먹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소란스럽지 않은 점도 기이하다. 손님들도 소곤소곤, 나도 덩달아 목소리를 낮춘다. 서빙하는 손놀림에는 내공이 묻어난다. 허둥대지 않고 여유롭게, 조용하면서도 할 일은 착착... 돈 내고 홍합밥 먹어 본 것은 서울 삼청동, 울릉도, 그리고 이 집 정도다. 그중 서영 홍합밥이 가장 맛있다. 가격은 제일 착하다. 이 정성과 이 상차림으로, 서울에 분점을 하나 내주시면 어떨까 진심 부탁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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