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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자식과 나

by *Blue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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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동창회보)
제목을 지어놓고 보니 영 맘에 안든다
. ‘왕과 나도 아니고 자식과 나라니

내용을 압축시켜 간결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특별히 자극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그런 지루한 일상을 끄적여 놓은 인상을 주기 십상인 제목이라 별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어쨌든….

오늘부터 큰 놈이 중간고사에 들어갔다.
특히 요며칠 집안 분위기가 살벌하다.
이 살벌함의 원천은 와이프 때문이다.
왜 여자들은 자식의 성적을 자신의 존재이유로 등치시키는 것일까?
어째서 남편의 사회적 성공과 수입을 자기 인생의 가치와 동일시 하는가 하는 말씀과 같은 맥락

대견하게도 큰 놈은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천하 태평이다. 그런데 엄마 때문에는 스트레스를 꽤 받는다. 고기빼고 따귀빼고 정말 순전히 5분마다 잔소리가 날아가 꽂히니 애가 견딜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와이프와 싸웠다. 사실 싸웠다기보다는 항변을 한 것이다.

숨 좀 쉬고 살자..."

요렇게 말했다.

섭섭하다고 한다. 자기 혼자 동동거리는데 애는 천하태평이고, 자기를 도와서 애를 훈계하고 이끌어줘야 할 남편이라는 작자는 오히려 애를 역성들고 있다고

나도 우리 애가 공부 잘하는 학생이면 좋겠다. 그리고 내 기준으로 보면 우리 애는 공부() 썩 잘하는 학생이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한다면, 나는 우리 애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다. 부모가 난리 친다고 될 일이 아니고, 설사 된다고 해도 그게 그렇게 좋아 보이거나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눈꼽 만큼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막대한 학원비가 아깝다. 영어, 수학학원 말고는 과학과외, 논술 같은 거는 끊자고 와이프와 신경전 중이다. 비단 공부뿐만이 아니다. 나는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애들한테 너무 과분하다고 생각하는 선물이나 보상을 약속하지 않는다. 늘상 이렇다보니 아이들도 용돈 모아 지 사고 싶은 거 자기들이 산다. 그렇다고 아빠를 다른 아빠들과 비교하거나 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애들과 여러 차례 대화하고 여러가지 기법을 이용해서 아이들 생각을 분석해서 내린 결론이니 믿어도 된다, ㅋㅋ).

나는 왜 그랬을까…?

첫째, 아주 쉽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해보자.
난 이제 노후 준비를 해야하고 돈을 효율적으로 써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라면 떠난다. 내가 이십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떠날 때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재산을 왕창 축내면서 떠난다. 이런 한국적인 시스템이 정말 싫지만 나 혼자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이 대비해야 한다. 늙고 병든 것도 서러운데 모아 둔 돈 한푼 없이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끔찍한 상황, 전화 한통 없는 자식을 매일 기다리면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나한테 이렇게 섭섭하게 할 수 있느냐고 빈방에 홀로 앉아 넋두리하는 상황만은 피해야 하니까. 이기적이고 매정하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나이든 부모가 육체적, 사회적, 심리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건강한 것이 장성한 자식들에게 효도하는 것이다.

둘째,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이제는 이미 진부해져 버린 표현이지만, 아이들은 정말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이다. 성년이 될 때까지 보호해주고 훈계하며 양육해주는 부모로서의 책임과 기쁨을,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이나 허황된 기대와 제발 혼동하지 말자. 흔히 하는 말로 자식은 이 세상에 나와준 것 만으로 이미 충분히 우리에게 효도를 한 것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부모에게 준 것 아닌가? 애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엄마들끼리의 경쟁에 애를 이용하거나 자기 한풀이 하지 말자는 말. 공부? 부모가 난리치지 않아도 어차피 할 놈은 한다. 공부에 취미없는 아이는 다른 무언가 뛰어나게 잘 하는 것이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 다른 무언가라는 괄호 속에 넣을 수 있는 단어는 무한하다.

셋째, 과학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생물학적으로 보면 자식은 나의 유전인자를 가진 사랑스러운 존재들이고, 부모와 자식의 연을 맺으면서 부모의 생각과 습관, 가치관을 이어받은 나의 DNA 계승자이다. 이 소중한 계승자들에게 부모보다 더 낳은 양질의 DNA를 심어줄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시간을 몽땅 공부하는 법, 문제 잘 맞춰서 좋은 대학가고 취업시장과 결혼시장에서 높은 값을 받는 방법만 가르쳐서야 되겠는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모가 자식의 공부에 투자하는 돈, 시간, 정력의 10%만이라도 다른 것에 투자한다면 우리 사회는 변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른 것이란 어떤 것들일까? 우리 인류가 진화과정에서 얻은 위대한 자산인 유머, 약자에 대한 배려심, , 용기, 자존감등이 바로 (‘공부가 아닌) ‘다른 것들이다. 이 다른 것들을 우리 아이들이 가질 수 있도록, 이러한 가슴 벅찬 가치들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DNA에 기록되도록, 그래서 그것들이 후손들에게 지속적이고 발전적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투자하자.

엄마, 아빠…! 나 오늘 시험 완전 망쳤어요, ㅎㅎ
그래, 잘했다. 수고했어. 빨리 씻고 밥 먹자ㅋㅋ

뱀다리

위에 쓴 내 글에 토를 달거나 반대 댓글을 달면 화낼 것이다.
아는 친구들은 알겠지만 은근히 뒤끝 있는 성격이니까.


그리고


반말해서 미안하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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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라오니스 2010.10.11 14:03 신고

    이래저래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요...
    부모들의 적당한 관심은 학생이 공부하는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관심은 역효과를 내더라구요.. 쉬우면서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
    답글

  • *Blue Note* 2010.10.11 16:03 신고

    동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부모노릇 하기 참 어렵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라오니스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