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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영화> 봉준호 감독의 "괴물"

by *Blue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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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준호 감독의 "괴물"


영화 괴물을 봤습니다. 천만을 예전에 넘었으니, 보신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편의상 아쉬웟던 점과 좋았던 점으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다른 의견들도 많이 있겠지요. 그냥 , 그렇게 생각하는 친구도 있구나정도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몇년전에 써놓고 잊어버렸던 글인데 컴퓨터 옛 폴더에서 잠자고 있던 파일을 우연히 발견해서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ㅋㅋ)



I. 아쉬웠던 점

 

* 설정
우선 설정은 황당하다. 더 나쁜 것은 황당하면서도 진부하다는 것이다. 힘없는 인간 대 무지막지한 괴물의 목숨을 건 대결그리고 나쁜 괴물을 물리친 착한 인간의 승리…ㅠㅠ.  죠스라는 영화, 기억하시죠? 영화 내내 무겁고 단순한 음향으로 관객을 기죽이면서 속편까지 제작되었던 상어영화이런 영화들은 가능한 괴물(혹은 식인상어)을 잔혹하고 막강하게(여간해서는 잘 죽지 않죠,ㅋ) 만들고 인간이 처한 상황은 아주 절망적으로 설정하면서 상영시간을 때운다. 왜 괴물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일까? 배가 고파서…? 화가 나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걍…? 영화 괴물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리 친절하지 않다. 물론 모든 일에 설명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괴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은 저 괴물은 괴물일 뿐 아무 생각이 없는 녀석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 문화적, 정치적 코드 
개봉되기 전 이 영화가 반미영화라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반미 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히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다만 감독이 여러 교묘한 영화적 장치들을 설정하면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중 하나인 반미라는 사회문화적 코드를 시나리오에 끼워 넣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다 (웰컴 투 동막골의 상업적 성공을 보라). 인간(이 영화에서는 미군 혹은 미국)의 욕심과 환경에 대한 무지가 이런 무서운 괴물을 탄생시킨 주범이라는 순진하고 단순한 논리는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화려하게 탄생한 괴물의 모습과 비교할 때 아무래도 조금 빈약해 보인다.

 

* 가족애
절망적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눈물겨운 가족애는 유감없이 부각되지만 워낙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인 상황이다보니 설득력과 공감을 끌어내는 데는 오히려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온 가족이 떨쳐 일어나 사제 무기로 무장하고 괴물과 싸우는데서 가족애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가령 박카스 CF에 나오는 엄마와 딸의 관계 (독립해서 혼자 사는 이십대 후반, 혹은 삼십대 초반의 딸은 퇴근길에 걸려온 엄마의 전화를 적당한 핑계를 둘러대며 서둘러 끊어버린다. 냉장고 문을 열어본 딸, 엄마가 가지런히 놓고 간 박카스를 보면서 글썽인다. “미쳐 정말…“ 하면서)에서 보여지는 가족애가 더 잔잔하게 가슴을 친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영화가 아닌 CF라 해도박카스라 해도….

 

II. 좋았던 점


* 다시 설정 
단순 황당한 설정에 비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에피소드들이 매우 정교하고 교묘하게, 그리고 무리없이 연결되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면 규정된 시간내에 활을 쏘지 못해 번번이 실격당하는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는 양궁선수인 현서의 고모(배두나 분)가 결정적인 순간에 불붙힌 화살을 괴물에게 쏘아 상황을 종료시키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영화 괴물에서 다룬 소주제들은 과학에 대한 풍자, 환경의 문제, 무관심하거나 혹은 적대적인 사회속에서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는 개인의 존재, 가족애, 인간 구원의 문제 (콤플렉스를 극복한 양궁 선수, 딸과 함께 있었던 고아를 기르면서 딸의 죽음을 극복하는 아버지)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혼재되어 있지만 각각의 작은 에피소드들은 서로 배척하지 않으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 기술적 측면
우선 괴물이 무지막지하게 크지 않다는 점이 맘에 든다. 킹콩이나 고질라 같은 거대 괴수와 비교하면 너무나 왜소할 지경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괴물을 만만한 크기로 제한한 것이 영화 전체의 스토리 전개나 결말 유도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이와는 별개로 엄청나게 진화한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로 탄생한 괴물의 캐랙터는 확실히 성공적이다. 특히 영화 초반, 갑자기 출몰한 괴물이 한강 고수부지를 엉망으로 만들면서 헤집고 다니는 수분동안의 도입부는 정말 박수를 받을만 하다.

 

* 다시 가족애
가족외에 의지할 곳이라곤 전혀 없는 사회의 비정함이 정작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내용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가족들의 무모하기까지 한 사투가 더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고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은 명장면은 괴물과 일대일로 맞선 현서의 할아버지가 괴물을 향해 회심의 방아쇠를 당겼으나, 이미 총알은 떨어진 상태였고, 졸지에 무방비로 코앞에서 괴물과 맞서게 된 상황…. 모든 것을 포기한 할아버지는 뒤돌아 아들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한다. 그 담담한 표정, 느릿한 손짓…… 뒤에서는 괴물이 달려든다….



사족

스크린 점령 문제는 아무래도 좀 아쉽습니다.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 흥행성이 있는 영화가 많은 개봉관수를 확보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돈 많고 능력 있는 사람(영화 관련 대기업, 거대 영화기획사, 영화 마케팅 산업)에게만 기회를 주고, 소수자나 힘없는 사람(독립 영화, 저예산 영화, 영세 영화사)에 대해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면 정작 영화 괴물에서 말하고자 했던 힘없고 빽없는 가족들의 아픔이 실제 영화산업에서도 그대로 구현되는 기막힌 역설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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