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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시크릿 가든>신드롬으로 본 우리의 자화상

by *Blue Note*

 


제목이 제법 거창하지요? 하지만 별거 없습니다. 걍 한번쯤 개인적으로 정리해보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ㅋ.

숱한 화제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시크릿 가든이 어제 종영되었습니다. 가족들은 열광했던 드라마이지만, 저는 시크릿 가든을 계속 시청해왔던 것도 아니고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도 아니어서 늘 동일 시간대에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3일'을 부엌에 있는 작은 TV를 통해 혼자 쓸쓸히, 그러나 재미있게 봐 왔었습니다. 그러나 어제는 웬지 봐야만 할 것 같은 압력에 안방에 자리를 잡고서, 지난 수개월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드라마의 마지막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이야기의 기본 구성과 플롯, 결말은 이미 전국민이 다 아는 것이고...
시크릿 가든이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많은 대중문화 평론가, 심리학자, 정신의학자들이 전문가적 입장에서 정리해주겠지요. 드마라도 잘 안보는, 그 방면에 문외한인 제가 완전 비전문가적 입장에서. 제 맘대로, 무책임하게 이 드라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려는 것은 순전히 제 개인적 취미생활의 일부이자 저의 자유임을 밝혀둡니다. 그러니 혹 맘에 안드시더라도, 태클은 좋으나 악플은 참아주시기를...ㅋㅋ...

시크릿 가든의 등장인물, 혹은 그 인물을 연기한 연기자 개인에 대한 열광은 가히 폭발적인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마흔 넘은 우리 집사람이 대놓고 현빈 (혹은 김주원?)에 대해 수상한 감정(?)을 드러냈겠습니까...?

우리사회는 돈과 사회적 성공에 대한 집착과 갈망이 심합니다. 그것을 속물적인것이라 하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당연하고 건강한 욕구라 하든 상관없이... 부자를 욕하지만, 스스로는 부자가 되고 싶은 이중성이 꽤 깊숙하게 내면화되어 있다고 할까요? 자기 능력으로 안되면 연애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주인공이 별 거부감없이 대중의 시선을 잡는 이유입니다. 가난한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지고지순한 이야기는 관심을 끌지 못하지요. 재벌가 남자와 가난한 여자로 설정이 되어야 좀 먹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 남자 주인공이, 명품 트레이닝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잘 생기고 조금은 까칠한 까도남이면 더이상 말이 필요없지요.

우리사회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말랑말랑한 로맨틱 영화나 드라마가 환상을 마케팅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주말 드라마를 손꼽아 기다리고, 각종 포탈의 검색에서 1위를 차지하고, 그것도 모자라 결말이 어떻게 될것인가를 놓고 방송과 언론매체,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은 분명 도가 좀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고 숨막힌다는 반증이자 사는게 별 재미없다는 무기력감의 무의식적 표출이 아닐까요?

거기다 남의 눈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국민적 특성은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행복감을 먹어치우는 하마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조크 하나...  (하마 이야기를 하다보니 엉뚱하게 코끼리가 생각나네요, ㅋ)
'당신이 코끼리에 대한 책을 쓴다면 책의 제목을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각 나라마다 답이 다르다고 하는데요... 몇가지 예를 들어보죠. 순전히 재미로, ㅋㅋ...
* 코끼리의 사랑 / 프랑스인
* 코끼리에 관한 모든 것 / 독일인
*코끼리로 돈버는 법 / 미국인...
그렇다면 핀란드인은 ?
답은 '코끼리는 핀란드인을 어떻게 생각하나?' 랍니다, ㅋㅋ.
그만큼 핀란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규정하느냐보다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신경쓴다는 다소 썰렁한 유머입니다. 핀란드의 역사나 국민적 특성은 모르지만 (제가 아는 바로는, 핀란드인도 인종학적으로는 동양인에 속한다고 합니다), 남의 눈 의식하는 건 우리가 핀란드 사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아파트 평수를 남과 비교하고, 아이들 성적을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고, 남편의 수입을 비교하고 열받아 하는 생활... 남이 명품을 사면 짝퉁이라도 사야하고, 요즘 올레길이나 둘레길이 유행이면 한번쯤 걸어봐야 하고, 검정색 노스페이스 점퍼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하고, 키가 작거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루저가 되는 사회...  남의 시선, 남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등급화되는, 다수 대중이 상대적 빈곤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는 진짜 재미없는 세상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고 말하면 아주 틀린 이야기가 될까요? 

제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얼마전 시청한 다큐멘터리에서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가지 상황과 실례를 들어 분석한 것을 보았습니다. 결론은 남과 경쟁한다는 생각을 버릴 것, 그리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것,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만족할것. 요 세가지입니다. (그리고 한가지만 더 욕심을 낸다면... 자기의 형편에 맞게 다른 사람을 도와주며 사는 것. 그게 돈이든, 재능이든, 시간이든, 자원봉사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간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이 매일 일상사로 벌어지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 세가지 결론을 맘속에 새겨넣고 흔들릴때마다 한번씩 끄집어내어 나즉이 속삭여봅니다. 스스로 당당히 서는 위험한 모험을 겁내지 말자고, 나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격려합니다.

그것이 시크릿 가든이라는 로맨틱한 드라마를 진정 재미있게 보고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 맘대로 생각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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