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맛집> A Cevicheria (세비체리아) : 씨푸드 전문점
외국의 음식점이 국내에 알려지게 되는 과정은 사실 매우 단순하고 일관되다. 가령 어느 여행자가 자기가 가본 곳에 대해 평을 하면, 그 블로그를 본 다른 사람들이 그곳을 방문해서 가격, 위치, 메뉴, 그리고 음식에 대한 평가를 올리게 되고, 그에따라 업소명이 온라인 상에서 자주 언급이 되면 소위 맛집이 된다. 이게 좀 도가 지나치면,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가면 어디를 반드시 들려서 무엇을 먹어야만 되는 것처럼 이상하게 도그마화 되기도 한다. 이스탄불에 가면 갈라타 다리에 가서 고등어 케밥을 먹고, 리스본에서는 반드시 진자라는 체리주를 맛보아야 한다는 식이다 (내가 알고 있는 체리주 Jinja는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보다는 칵테일을 만들때 색깔과 풍미를 위해 넣는 리큐어의 일종이다). 이정도 되면 여행을 즐긴다기 보다는 무슨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다. 사실 그런 곳들은 현지에서 그리 유명한 곳도 아니어서, 손님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는 웃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외국나가서 가본 음식점을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것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고 코끼리 전체를 이야기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에... 그래도 오늘 소개하는 곳은 비교적 국내에 덜 알려진 곳이고, 우리나라 사람들로 넘쳐나는 대한민국 지정 음식점 순례지도 아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파워블로거가 아니므로 포스팅해보기로 한다. 다만 이곳도 장차 박제화된 맛집으로 등극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A cevicheia 는 세비체 전문점이다. 사실 세비체는 포르투갈 전통음식이 아니고 페루의 음식이다. 날 생선이나 새우, 조개등 해산물에 레몬, 라임, 향신료로 만든 산미가 강한 소스를 끼얹어 먹는 음식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생선 초회, 문어나 해삼 초회등을 생각하면 되겠다. 어쨌든 리스본 여행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이 집을 발견하고 이번 여행에서 찾아갔었는데, 맛과 식감, 풍미에 반해서 귀국하기전 결국 재방문까지 하게 되었던 곳이다.
구글맵이 알려주는대로 호시우 광장에서 골목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올랐다. 노란색 트램과 함께 언덕길은 리스본의 상징
그리고 꽤 한참을 또 걸었다, ㅋㅋ 나중에 보니 다른 빠른 길도 있었다. 그래도 골목길을 구석구석 누빈 것이 오히려 더 좋았다.
여기가 세비체리아 되겠다. 커다란 문어 조형물이 천장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실내는 대충 이런 분위기....
식전빵과 올리브 페스토. 튼실한 옥수수가 함께 나오는 것이 이채롭다.음... 남미는 옥수수니까, ㅋㅋ
관자 카우사 (scallops causa). 보기도 좋지만 맛도 일품이다.
세비체. 가장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세비체. 그래서 메뉴상의 이름도 pure ceviche 였다.지금도 보기만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향기로운 신맛,싱싱한 생선살의 식감이 탁월하다.
이것도 세비체. 그런데 사진에 보이는 것은 고구마로 만든 무스다
세비체 만들어주는 청년이 아주 잘생겼다.
손님이 많아 화이트와인 한잔 하면서 기다리다가 인사나누고 친구가 된 프랑스 커플. 재미있게 이야기 하고 명함도 교환하였다. 남자는 언론인, 여자는 쉐프. 여행에서 돌아와 이메일과 사진도 보내주었다,
여행지에서는 대개 그 나라 특유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그런 생각에 충실할 필요도 없다. 세비체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 음식도 아니고, 페루의 음식이라는 것이 다소 생뚱맞기는 하지만,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먹는 세비체의 맛은 음식의 국적이나 족보를 따지는 이런저런 복잡하고 쓸데없는 생각들을 다 날려 버릴만큼 맛있었다. 세비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몇년전에 봤던 기억이 나는데, 세비체는 페루 사람들에게는 거의 매일먹는 반찬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그냥 먹기도 하고 또띠야에 얹어서도 먹고...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기도 한는, 거의 우리의 김치 수준이었다, ㅋㅋ. 날생선은 우리와 일본, 그리고 애스키모인 정도만 먹는줄 알았는데, 이역만리 떨어진 남미의 페루에서 사랑받는 먹거리라니... 뭐 내가 교양과 상식이 부족하여 몰랐던 탓이겠지만, 신기하기는 했다. 이 집은 현지에서 너무 인기가 좋아, 점심시간이 훨씬 넘은 시간에도 삼십분정도 기다려야 했는데, 그동안 화이트 와인을 미리 한잔 시켜서 노천에 서서 마시면서 기다리니까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사실 그 덕분에 역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던 프랑스 부부와 친해져서 유쾌하게 이야기 나누는 즐거운 경험도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예약을 받지 않는 관계로 가서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순서가 이삼십번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또하나, 포르투갈의 물가수준으로 본다면 세비체리아의 음식값은 상당히 비싼 편이고, 우리의 기준으로 봐도 착한 가격은 아니다.
포르투의 또 다른 맛집 Jimao Ta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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