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경복궁 교태전과 아미산 정원
한 도시에 왕궁이 다섯개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외에는 없다고 한다. 조선의 왕궁중에 정궁으로 평가받는 경복궁은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과 더불어 가장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소위 인기(?) 왕궁이다. 하지만 경복궁안에 있는 여러 시설들, 전각들의 위치, 용도에 대해서는 대강이라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관심이 없기에 잘 모르는 것이다. 고난의 역사를 거치면서, 특히 일제 강점기에 수많은 건물들이 훼손되고 없어져서 아직도 완전한 복원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조선시대 왕궁에는 많은 전각들이 있고, 건물의 주인이나 용도는 각기 다르다. 교태전은 왕비가 사용하던 침전이다. 사가로 말하면 안채에 해당된다. 아미산은 교태전 뒤에 세운 조선식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왕비의 후원인 셈이다.
교태전
경복궁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중 하나다.
강녕전처럼 역시 용마루가 없다
사진 양쪽으로 초록색 문은
난방을 위한 함실, 즉 아궁이다.
교태전과 부속건물
대청마루 뒤쪽으로
후원인 아미산 정원이 보인다.
마루의 깊고 어두운 공간 너머로
밝은 후원의 화려함...
이 둘의 조화가 압권이다...!
교태전 방안 내부
의외로 소박하다.
아미산 정원
후원이 발달한 한국의 정원은
돌계단, 굴뚝, 돌함지가 주요 구성요소다
후원 동쪽 출입문쪽에서
바라본 아미산 정원
문을 빠져나가면
대비의 처소인 자경전이 나온다.
왕비의 거처인 교태전은 1918년 강녕전과 함께 일제가 뜯어내어 창덕궁으로 옮겼던 것을 1995년 제자리로 복원한 것이다 (일본 사람들 정말 못할 짓 많이 했다). 교태전 뒤 정원으로 꾸민 아미산은 계단식 화단을 쌓아 꽃나무와 관상용 수석들을 배열했다. 왕비의 후원답게 은밀하면서도 기품이 서려있다. 특히 교태전 대청마루를 통해 바라본 아미산 정원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게다가 마음까지 차분하게 해주어 한참을 바라보아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미산의 굴뚝은 육각형 모양으로 모두 4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몸체는 주황색 벽돌로 쌓았고 서까래 입힌 기와지붕을 얹은 후 그 위에 다시 작은 굴뚝 4개가 모여있는 형태다. 몸체에는 여러가지 길상문이 조각되어 있는데, 부귀를 상징하는 박쥐, 군자의 심성을 나타내는 매화와 국화, 그리고 십장생등 다양하다. 물론 왕비를 상징하는 봉황도 눈에 띈다. 돌로 만든 함지에 달이 잠긴 호수라는 의미의 함월지(涵月池), 노을이 비친 연못인 낙하담(落霞潭) 같은 이름을 붙힌 것은 또 얼마나 멋스러운가. 설명문을 보니 아미산 정원의 계단은 산을, 돌함지는 호수, 굴뚝의 무늬는 동식물이 사는 생태계를 각각 상징하는 신선의 세계를 표현했다고 한다. 왕비라는 높은 신분이어도 궁밖으로 외출한번 할 수 없었던 조선 여인들의 삶이, 이 정원의 아름다움에 투사되어 더욱 애잔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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