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춘천박물관> 배모양 토기, 고려 범종, 석함, 왕녀 복란의 태실
국립춘천 박물관을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얼마전 블로그에 올린 국보 제 124호, 한송사지 석조 보살좌상때문이었다. 이 대리석으로 만든 문수보살을 만날 생각에 아침 일찍 춘천으로 가는 길이 설레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한가지 목적이 더 있었는데, 그건 박물관이 기획한 <오백나한전>으로 이 특별전에서는 창령사터에서 발굴된 다양한 나한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창령사 오백나한전은 다음에 따로 포스팅하고자 한다. 오늘은 춘천박물관의 상설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중에서 인상 깊었던 유물을 몇점만 소개해본다. 알고 기대하고 공부하고 가서 보는 유물도 소중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갑자기 만나게 되는 멋진 문화재에서 느끼는 감동도 더없이 큰 법이다.
토기전시실
여기서 잊지 못할 토기 한점을 봤다.
바로 이 물건이다, ㅋㅋ
배모양 토기로
동해 송정동에서 출토되었다.
그저 아름답다고 난 느꼈다.
제작연대는 철기시대
고려범종
전시대인 통일신라 범종과 구별되는
특징들이 나타난다.
용뉴의 용머리가 정면을 향하고
천판과 분리되는 점,
음통이 없어지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석관
사신도가 새겨져 있다.
고려시대
왕녀 복란 태실
1486 년(성종 17년)
아담한 고려 범종은 알고보면 몇가지 특징이 있다. 전시대인 통일신라의 범종에 비해 몸통에 주악상대신 연꽃위에 앉은 불상을 새겨넣은 등의 변화, 용뉴의 용머리가 천판에서 분리되는 점등이 그것이다. 이번 춘천 박물관 관람은 고려사람들의 장례문화를 잠깐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불교의 영향으로 화장을 많이 시행했지만, 이외에도 시신을 가매장했다가 나중에 뼈만 추려서 석관에 넣은 후, 정식으로 매장하는 이차장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고려시대 상류층에서는 이러한 석관 매장이 유행하였다고 한다. 이번에 본 사신도가 새겨진 석관에는 사면에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새겨져 있고 뚜껑에는 꽃과 비천상이 조각되어 있다. 태를 묻는 풍습은 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조선시대 특히 왕실에서는 태의 처리가 아기의 성장뿐 아니라 국가의 존속 및 운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태의 처리를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였다. 성종의 왕녀 복란의 태를 묻은 태실은 원주 태장동에서 발견되었는데, 태항아리와 태실석함, 그리고 부장품들이 춘천 박물관에 잘 정리되어 전시되어 있었다. 고려의 범종과 석관, 조선의 태항아리같은 유물들은 모두 꼼꼼히 살펴볼만한 의미있는 유물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날 나의 마음을 쏙 빼앗아버린 건, 동해에서 발견되었다는 철기시대의 토기 한점이었다. <배모양 토기>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기존의 낙동가 유역에서 발견된 가야나 신라의 배모양 토기와는 모양부터 많이 달랐다. 훨씬 도안화되어 있다고나 할까... 심플하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내 눈에는 어릴적 만들던 종이배를 많이 닮았다. 가운데 동그란 구멍을 통해 물이나 제사용 술등을 담았을 수도 있지 않았나, 내 맘대로 상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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