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답사여행> 불탑사 원당사지 5층 석탑
생각해보니 제주도는 지금까지 정말 많이 다녔었는데, 한번도 절집 구경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단순히 원래 절의 숫자가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다. 척박한 자연 환경 탓에 불교같은 고등 종교보다는 토속 민속신앙이 옛부터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어서일까..? 사실 제주에 절이 많은지 적은지도 나는 잘 모른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는 제주의 사찰을 하나쯤 둘러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지금은 사라졌지만 제주도에 원당사라는 절이 있었고 그 절터에 세워져 있던 5층 석탑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그 탑은 화강암이 아닌 제주의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유일한 탑이라고 했다. 이것만으로도 이 탑이 있는 절을 찾아 볼 이유는 충분했다. 네비게이션을 켜고 도착하니 길 양쪽으로 절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석탑이 있는 불탑사와 원당사라는 절이 제주 18번 올레길의 작은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것이었다.
원당사
태고종의 사찰이다.
만(卍)자가 쓰여진 굳게 닫힌 대문을
일주문으로 보아야 할 듯 하다.
오른쪽 작은 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갔다.
원당사 대웅전
1920년대에 세운 절이라고 한다.
대웅전 앞 마당에는
관음보살상이 있다.
최근에 모셔진 듯 말끔하다.
극락전의 모습
대웅전을 마주하고 왼쪽에 있다.
닫혀있어서 내부를 구경할 수는 없었다.
원당사
조금 이르지만 초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불탑사
불과 1-2미터를 사이에 두고
원당사와 마주하고 있다.
사천왕상 대신 사천왕도(圖)가 있다
범종각과 범종
불탑사 대웅전
아담한 불탑사 경내
한쪽끝에 석탑 하나가 보인다
석탑 바로 옆으로
기단석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원당사의 요사채가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폐사된 원래의 원당사 터인 셈이다.
원당사지 5층 석탑
고려시대의 석탑이다 (보물 제 1187호)
기황후와 연관되어 내려오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이야기도 있지만그
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저 탑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현무암의 거뭇한 색깔,
숭숭 구멍이 뚫린 질감, 좁은 탑신,
그리고 1층의 감실까지...
많은 부분이 독특한 탑이다.
높이가 4미터에 이르는데
크다는 느낌은 없다.
제주도 불탑사
우선 제주도에서 절집을 처음 가봤다는 데에 의의를 둘 수 있겠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만 있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이 살아왔던 곳이고, 그들의 역사와 흔적이 남아 있는 땅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기가 발굴된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수많은 전설과 설화, 복신 신앙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미륵사상이 만개했던 지극히 종교적인 곳이기도 했다. 불탑사와 원당사는 다른 지역의 사찰과는 많이 달랐다. 대체로 아담하고 소박한 가람배치를 하고 있었고, 특이하게 경내 마당에 잔디를 깔았다. 박석의 종류와 놓는 방식도 달라 보였다. 남쪽 지역인 탓도 있겠지만 절집에 놓인 나무들도 꽤나 이국적이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요함과 평안함이었다. 이따금 들리는 새소리를 통해서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을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절집 한켠에서 기묘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석탑을 직접 보고 마음속에 담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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