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맛집> 소호정의 안동국시
우리 음식중에서 지명이 붙는 음식들이 꽤 있다. 전주 비빔밥, 평양 냉면, 공주 국밥, 언양 불고기, 광양 불고기...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부산 오뎅, 진주 냉면, 봉평 막국수, 춘천 닭갈비...ㅋㅋ. 오늘 소개하는 안동국시도 그 중 하나다. 안동국시는 말그대로 안동지방의 향토 음식이다. 국시라는 말은 국수의 경상도 사투리다. 전주를 비롯한 전라도 지방이 음식으로 유명한 건 사실이지만, 경북 안동의 국시는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향토음식의 하나이다. 대개 사대부들이 즐겨 먹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는 경북지방 여인네들의 정성과 헌신이 담긴 음식이라고 하고 싶다. 처음 밀가루를 만드는 과정부터 마지막 고명을 올리기까지 생가보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안동국시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이제 서울에도 많이 생겼지만, 아마도 소호정이 가장 많이 알려진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아주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생각날 때 가는 곳인데, 이번에 보니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되었다고 한다. 이미 유명한 곳인데, 영향력있는 먹방프로에서 소개까지 했으니, 손님이 많아지는 건 그렇다쳐도 본래의 맛이 변할까봐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다.
김이 가득 올려져 있는 이 음식은...?
메밀묵이다.
김치, 파, 김과 함께 잘 버무려 먹는다
깻잎 김치
부추김치
소호정을 대표하는 반찬이다.
안동국시
자태가 곱다
이 집의 음식들은 흔히 우리가 '경상도 음식'의 특징으로 알고 있는 맵고, 짜고, 거칠고 하는 맛과는 거리가 멀다. 간도 슴슴하고 조용해서 확 땡기는 그런 매력은 없다. 이 날 시킨 메밀묵과 국시 모두 해당되는 말이다. 그렇지만 먹으면서, 그리고 식사를 다 마친 후에도 속이 편하다. 조용한 맛이 주는 매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메밀묵은 부재료나 양념때문에 메밀묵의 풍미가 방해받지 않아서 좋다. 요즘 많은 음식들이 주연(주재료)과 조연(양념)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 무슨 유행처럼 되어 있는데, 적어도 소호정은 그렇지 않다. 뜨끈한 국물에 확 퍼진 하얀 면발, 절제감이 느껴지는 지단, 애호박, 다진 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간 안동국시는 그 자체로 보기에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단순하고 담백한 맛은 오히려 깊이가 있다. 가끔 깻잎이나 부추 김치를 얹어서 먹는 맛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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