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이태리

<이탈리아 로마> 안티코 카페 그레코 (Antico Caffe Greco)와 스페인 광장

by *Blue Note*

<로마 프롤로그> 오래된 카페 / 스페인 광장 / 이태리 맥주

 

로마에서의 일정도 끝나가고 있었다. 삼박사일은 짧다면 짧고 생각에 따라 길수도 있는 시간이다. 오후 마지막 일정은 스페인 광장에서 끝내기로 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스페인 광장을 검색하면 자주 언급되는 곳이 안티코 카페 그레코라는 커피 전문점이었다. 문을 연지가 이백년이 넘고 괴테나 니체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자주 찾았다는 소개가 뒤따랐다. 사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고, 유명인이 다녀갔다는 음식점이나 카페에 별다른 감흥은 없다. 그래서 당연히 방문 리스트에는 없었다. 그런데 스페인 광장의 돌계단이 지척인 곳에서 우연히 이 곳이 눈에 들어왔다. 로마 이후의 일정도 간단히 체크하고 카페 구경하면서 커피 한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여 들어가봤다. 다행히 기다려야할만큼 손님이 많지는 않아서 깨끗이 포기하고 나오지 않아도 되었다.

카페 그레코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적절한 파티션과 테이블 배치로

각기 독특한 분위기의

독립된 공간을 확보했다.

 

갑자기 광장앞 거리가 떠들석해졌다.

악기소리와 함께

삭발한 수도승 차림의 남자들과

사리를 입은 여자들이

춤과 노래를 부르며 골목길을 내려왔다.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내려다본 모습

로마 마지막 방문지는 이 곳, 이 자리였다.

 

로마의 허름한 호텔로 돌아와

짐을 싸기전 사진을 찍었다.

이태리 맥주, 로마패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무슨 입장권...

 

일부러 찾아간 건 아니지만 Caffe Greco 에서의 망중한은 좋은 선택이었다. 유서 깊은 카페답게 그림과 사진들이 많았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소파와 테이블 사이를 휘적휘적 돌아다니던, 연미복같은 검은 정장을 한 웨이터를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다. 커피맛도 훌륭했다. 스페인 광장앞 골목을 행복한 얼굴로 노래하면서 내려오던 한무리의 사람들도 기억에 남는다. 무슨 종교단체인지 아님 어떤 봉사단체인지 내용은 잘 몰라도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잠깐이지만 나도 그들과 어울려 손잡고 원을 그리며 돌고 돌았었다. 그리고 광장 계단에 한동안 앉아서 로마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로마의 이미지에는 우습게도 이태리 맥주가 있다. 프랑스, 스위스에서부터 로마에 이르기까지 술은 거의 와인만 마시다 보니, 뭐랄까 와인에 물렸다고 해야 할까, 그 날은 슈퍼에 있는 맥주에 손이 갔다. 와인의 나라 이태리에서 맥주라니... 별 기대없이 몇병 사서 숙소에서 맛을 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특히 Nastro Azzurro 라는 맥주는 최고다. 부드러운 밀맥주의 풍미는 잊을 수 없다. 굿바이 로마, 언제 다시 오게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즐거웠다. 역설적이지만 어떤 큰 프로젝트를 마친 것 같은 느낌으로 마음 한켠의 무언가가 뭉텅 떨어져나간 기분도 들었다. 아쉬움과 이상한 후련함이 함께 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