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볼게리에서의 점심식사
여행이란 늘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아무리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합리적으로 일정을 짠다고 해도, 그 곳에 처음 가는 이상,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준비가 잘 되어있다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여행중에 생기는 가벼운 해프닝은 유쾌한 추억이 될 수 있지만, 아무 준비없이 용감하게 나섰다가 곧바로 어려움에 처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생각하기 싫은 흑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준비를 잘 해서 얻을 수 있는 또다른 좋은 점은 같은 지역을 여행하더라도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더 밀도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사이프러스 나무가 늘어선 시골길이 마침내 끝나는 곳에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 나타나는데, 그 곳의 숨겨진 보석같은 식당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두시간 정도 와인과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먹는 것 같은 경험말이다. 모두 지중해의 해안마을 볼게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마을 골목길에 차를 세웠다.
지척에 보이는 바다가 지중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듯
한산하고 평화롭다.
조금 이른 점심 식사를 했다.
식전 빵이 풍성하다.
굴 ostrica
와인을 안 시킬 수가 없다, ㅋㅋ
볼게리는 레드와인이 유명하지만
바닷바람에 잘 자라는 vermentino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도 그에 못지 않다.
생선, 문어, 새우로 만든 전채
생선요리
이름은 모른다.
요리하기 전에 직접 생선을 들고나와 보여줘서
깜짝 놀라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양한 해산물 플레이트
Assorted sea food plate 정도 되겠다.
카푸치노
만족스런 식사는 그 자체로
매우 효과적인 휴식이 된다는 생각이다.
식사후 다시 바다를 봤다.
아쉽지만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앞서 두서없이 여행 준비의 필요성에 대해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볼게리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이곳을 경유지로 선택한 것은 우선 참 잘했다. 숙소와 가볼만한 맛집도 잘 선택한 것 같다. 사실은 대만족이었다. 그런데 이 일정에서 내 선택에 다소 후회되는 것은 이 곳에서의 체류를 단 1박으로만 잡았다는 것이다 (물론 시에나에 숙소를 잡고 볼게리에서는 한나절 와이너리만 둘러볼 생각을 했던 처음 계획을 수정한 것은 축복이었었다). 차라리 로마 일정에서 하루를 줄여서 여기에 보탰으면 여행이 훨씬 더 풍성했을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거야 뭐,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 모든 사정들을 다 알수 있겠는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볼게리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은 확실하다. 그만큼 이곳의 풍광, 와인, 음식, 사람들이 더할 나위없이 다 좋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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