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서부 해안 : 임페르나
어느덧 이탈이라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에 도달했다. 이곳은 이태리 북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뭐 특별한 유적이나 볼 만한 자연 경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볼게리에서 출발해서 당일 프랑스로 넘어가기에는 거리가 다소 멀었다. 굳이 그렇게 무리할 필요도 없었고. 그래서 피사의 사탑을 보고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날을 조용하고 작은 마을 임페르나에서 보내기로 했다. 여행 시작전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찾은 숙소는 호텔이라기 보다는 민박에 가까웠다. 예전부터 있던 가정집을 약간 개조해서 몇개의 방으로 만들어 꾸민 것이다. 이런 숙소 체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예약을 했다. 임페르나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하루 쉬어갈 심산이었다.
예약해둔 숙소는 언덕위에 있었다.
오후 늦게 도착해서 내려다본 풍경
호텔은 매우 좁은 편이었다.
하지만 아주 예쁘다.
아무일도 안일어날 것 같은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생각보다 금방 주변이 어두워진다.
다음날 아침 동네구경
이른 아침도 아닌데
역시 마을은 조용하다.
호텔에서 마련해준 아침식사
다른 투숙객은 아무도 없었다.
맛과 정성이 감동적인,
이번 여행중 가장 훌륭한 조식중 하나였다.
포즈 취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고양이, ㅋㅋ
계속 이어지는 여정으로 다소간 지치기도 했었나보다. 임페르나에 도착해서 아무 하는 일 없이 그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참 좋았다. 잘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몸에 익어야 하는데, 정신없이 일에 치이는 일상을 계속하다보면 여행을 와서도 무슨 미션처럼 몸과 마음이 바빠지기 마련이다. 누가 재촉하고 눈치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일정상 이동 경로를 감안해 이 곳을 선택했지만, 임페르나에서의 휴식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피사에서 차를 달려 임페르나를 향해 오는 도중에 발신인이 명확치 않은 전화 한통이 울렸다. 한국에서 온 전화가 아니라 발신처가 이태리 국내였기에 좀 당황해서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후 두번 정도 더 전화가 왔었는데, 계속 무시하고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차를 몰았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좁은 산길을 오르는데 얼마전부터 검은색 밴이 하나 나를 뒤쫒아 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얼마 후 내게 수신호를 하는 것이 아닌가. 차를 세우고 보니 다름아닌 호텔 주인 아저씨... 언덕 위 마을의 올망졸망한 골목에 위치한 호텔을 우리가 못 찾을까봐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를 한 주인공도 당연히 주인장이었는데, 언제쯤 도착 예정인지를 물어볼 참이었단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내가 전화를 무시하고 안 받는 바람에 이 아저씨는 꽤 오랜 시간을 마을 어귀에서 차를 세워놓고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 배려에 감사하고 너무나 미안했다. 자기 호텔에 묵은 한국인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자유로운 대화는 불가능 했지만 사람 사이에 정이 통하고 느껴지는 경험은 외국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감사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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